[아주초대석]장남식 손해보험협회 회장 "실손보험 놔두면 복지정책에도 역행…정부 적극 개입해야"

2017-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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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제도개편 조기정착 및 일반보험 활성화 목표…무한경쟁 속 건전한 성장 환경 구축

[사진=장남식 손해보험협회 회장은 최근 아주경제신문과 만나 "실손의료보험제도의 조기 정착과 일반보험제도의 활성화를 위해 당국 및 업계와 적극 협업하겠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 "22년만에 보험 상품과 가격이 전면 자율화되면서 자동차·일반손해·장기보험 등 모든 영역에서 무한경쟁이 시작됐습니다. 보험회사가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긴 만큼 책임감도 커졌습니다. 업계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길을 걸어가고 있기 때문에 시행착오가 생기는 건 당연합니다. 빅뱅에 가까운 이번 조치가 소프트랜딩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장남식 손해보험협회장(사진·64)의 말투는 결연했다. 환갑을 훌쩍 넘은 나이지만 일에 대한 열정과 패기도 남달랐다. 장 회장은 "보험업계가 아주 중요한 시기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을 두고 한 말이다.  
그는 "무한경쟁 시대가 열렸는데 새 보험회계기준 도입(IFRS17)으로 환경은 더욱 깐깐해졌다"며 "경쟁력과 책임감 없는 보험사는 변화에 적응할 수 없는 만큼 낙오가 생기지 않도록 건전한 성장 환경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 타고난 보험맨 "NO"…37년간 한 우물 '숨은 노력파'

보험업계에서 장 회장은 베테랑으로 통한다.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한 후 범한해상화재(현 KB손해보험)에 입사해 지금까지 37년 간 한 우물만 팠다. LIG손보 재직 시절에는 영어로 된 보험문서 100건을 통째로 외울 정도로 독종이었다.

덕분에 30대에 미국 지점장을 맡았고 업무보상총괄부사장, 영업총괄사장, 경영관리총괄사장 등 주요 요직을 거치며 경영 능력을 입증받았다. 민간인 출신으로는 12년 만인 지난 2014년 9월, 손해보험협회장으로 취임했다.

그가 취임 초기에 제시했던 △자동차보험 경영환경 개선 △손해보험 사회적 안전망 역할 강화 △소비자 신뢰구축 등 3대 목표는 취임 전과 비교해 한층 진일보 했다.

그동안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 "제가 잘한 게 아니고 업계가 노력했고, 국회(특히 야당)가 많이 도와줬다"며 "(제)평가가 좋다는 것에는 수긍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가장 의미있는 성과로는 '자동차보험 경영정상화를 위한 제도개선'을 꼽았다. 그는 "매년 자동차보험에서만 약 1조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하는 데 이는 업계가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손보업계의 오랜 숙원사업을 해결했다"고 말했다.

업계는 지난해 외제차 렌트비 지급기준을 개선해 과다지급을 막고, 경미한 사고시에는 무분별한 부품교체를 못하도록 제도 개선을 했다. 또 보험사기 처벌 수준을 강화한 보험사기방지 특별법도 제정했다.

장 회장은 "지난해 굵직한 사안들을 법제화시킨 만큼 올해는 관련 제도의 조기정착 및 예방효과 극대화를 위해 홍보에 주력할 예정"이라며 "아직 보험사기 확정 판결자에 대해서 보험금 반환의무가 없는 만큼 이를 입법부에 건의해 법제화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진설명=장 회장은 "비급여 항목에 대한 관리 없이는 실손의료보험제도 개편이 제대로 정착하기 어렵다"며 "정부와 국회, 업계 등 관계자들이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완화시킨다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이 문제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 "실손보험, 가만 놔두면 복지정책에 가장 큰 위협"

금융당국과 업계는 지난해 실손의료보험을 기본형과 특약으로 개편했다. 도수치료, 체외충격파치료 등 과잉의료를 유발하는 진료항목을 특약으로 분리시켜 의료쇼핑을 막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4월 1일부터 판매되는 기본형 상품은 보험료가 종전보다 약 25%~30% 저렴해질 예정이다. 

장 회장은 올해 주요 과제로 개편된 실손의료보험제도의 조기 정착을 제시했다. 그는 "기존 가입상품을 신상품으로 전환해 주는 전환용 상품을 도입하고, 이를 적극 홍보하기로 업계와 협의했다"며 "일부 진료항목의 특약화도 첫 시도인 만큼 민원을 줄이고, 계약자 이해도 제고를 위해 상품 안내에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제도 개편이 성공적으로 자리잡으려면 비급여 항목에 대한 관리 프로세스를 강화해야는 쓴소리에도 거침없었다. 그는 "같은 시술이라도 의료코드가 제 각각이다보니 어떤 병원에 가면 1번에 8만원, 또 다른 곳에 가면 80만원"이라며 "아무리 의사 실력이 다르고 지역별 물가 수준 차이가 나도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의료 정보의 비대칭성이 극심한 상황에서 국민들이 비급여항목의 의료비용을 파악하고, 관리할 수 있는 최소한의 관리 프로세스를 만들자는 게 보험업계의 이기심은 아니다"고 말했다.

장 회장은 "비급여 의료비로 나가는 돈이 연간 대략 30조원인데 이 가운데 80%가 국민들 주머니에서 나오는 보험료"라며 "실손비급여 항목의 연간 의료비 증가률이 10%가 넘는데,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공적 의료보험의 보장률인 63%도 제대로 지킬 수가 없고, 이는 결국 복지정책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쪽자리 개선안으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비급여 의료 항목의 명칭‧코드 및 의료서식 표준화가 꾸준히 추진돼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현재 병원급만을 대상으로 한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를 의원급 의료기관까지 확대해야 한다"며 "비급여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 충족을 위해 올 하반기부터 시행하기로 한 진료비세부내역서 공개 일정도 앞당겨야 한다"고 말했다. 

◇ 일반보험 활성화…임기 내 마지막 목표

업계는 올해 일반손해보험 활성화에 사활을 걸었다. 보험산업 발전과 대외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선 일반보험 활성화가 선결 과제이기 때문이다.

그는 "IFRS17 도입으로 장기보험의 적립보험료가 매출에서 제외되면 손해보험의 외형(매출)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며 "결국 보험 본연의 역할인 위험보장 기능을 수행하는 일반보험 없이는 살아남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국과 보험개발원 등에서도 보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업성보험, 일반보험 활성화에 힘을 보태는 만큼 올해를 일반보험 시장 확대의 원년으로 삼을 것"이라며 "회원사들도 보험사 본원적 기능인 요율산출 및 리스크 관리 역량, 상품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협회도 측면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지난달 도입된 재난배상책임제도다. 재난 사고 발생 위험이 높은 취약시설 19종 20만개에 대한 재난배상책임보험을 의무화해 사업자와 소비자의 경제적 피해 예방을 강화하는 동시에 보험사의 상품 경쟁을 독려하기 위한 환경을 조성했다.

그는 "앞으로는 재난보험에 가입을 안 하면 사업장이 패널티를 받는다"며 "식당의 경우 5만~6만원, 큰 사업장의 경우 80~90만원 정도의 금액이면 억울하게 피해를 입는 사람이 줄어 들 것이고, 이는 손해보험의 사회안전망 역할을 강화하는 굉장히 중요한 역할"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위험 요소에 대비한 신종 위험 보장상품 개발 활성화도 당부했다.

장 회장은 "개인정보유출, 세그웨이 등 다양한 형태의 위험이 증가하고 있지만 피해보상 제도는 미흡한 만큼 업계가 다양한 상품출시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해외시장 조사를 통해 벤치마킹이 가능한 배상책임보험 활성화 방안을 임기 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보험인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로는 인간에 대한 관심을 꼽았다.

그는 "직원으로 입사해 보험사 사장, 협회장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경영에 대한 지식보다는 문화에 대한 관심이었다"며 "사회학을 전공한 탓에 인류와 문화학, 역사에 대한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보험은 사람에 대한 관심과 더 나은 환경에 대한 고민이라는 그의 철학이 짙게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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