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조득균 기자 = 헌법재판소가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퇴임일(3월 13일) 이전까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심리를 마무리 지을지 주목되는 가운데, 9일 열린 '12차 변론'에서 신속한 진행을 강조하며 박 대통령 측의 불필요한 변론을 적극적으로 제지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헌재가 최근 박 대통령 측이 신청한 증인 8명을 추가로 받아들이는 등 이들의 '지연 전술'에 끌려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자, 심리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진행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 측이 조 전 대표에게 'K스포츠재단의 정관을 읽어봤느냐'며 말꼬리를 잡자 이 권한대행은 "신문 내용이 너무 지엽적"이라고 막아섰다.
이날 오후 2시에 진행된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증인신문 전에도 이 권한대행은 "증인신문이 효율적으로 진행되도록 협조해 달라. 중간에 재판부가 개입하는 것도 보기 좋지 않다"고 거듭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탄핵심판 주심인 강일원 헌법재판관도 박 대통령 측이 계속해서 조 전 대표에게 검찰 수사기록 내용을 재차 물어보자 "지금 왜 수사기록을 다 확인하고 계시느냐. 왜 그러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신속한 증인신문 진행을 요청했다.
강 재판관은 국회 소추위원 측의 증인신문에도 주의를 줬다. 국회 소추위원 측 대리인이 앞서 조 전 대표에게 "증인이 검찰 조사에서 최순실씨가 실질적으로 K스포츠재단을 지배했다는 확신을 갖고 말했는데 그 이유를 다시 한 번 설명해달라"고 하자 강 재판관은 "지금까지 다 증언했는데 뭘 설명하냐. 자꾸 중복하지 말고 딱 집어서 물어달라. 지금 질문은 다 중복이다"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오후 3시에 출석이 예정된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와 류상영 전 더브루K 부장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증인신문은 무산됐다.
헌재 측은 "고씨에게 조우송달(직접 만나 출석요구서 건네줌) 하기 위해 장시간 노력했지만, 전달하지 못했다"면서 "고씨 대신 박헌영과 노승일씨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고 씨는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로 꼽히는 최순실 씨의 측근이었지만, 점차 최씨와의 사이가 벌어지면서 이번 국정농단 사태를 폭로한 인물이다.
고씨는 지난 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 대한 9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최 씨가 연설문을 고치는 모습을 직접 봤다"는 등 의미심장한 발언을 내놨다.
이 때문에 고씨가 이날 헌재에서 열리는 박 대통령 탄핵심판에 나와 새로운 발언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렸지만,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증인심문은 이뤄지지 않았다. .
헌재는 이날 고씨가 나오지 않을 것에 대비해 채택한 박헌영 K스포츠재단 과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박 과장은 "최씨가 보여준 문서에 문화체육관광부 내부 보고 자료 외에 대통령 순방 관련된 자료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씨가) 대통령 순방 장소와 시간표 등 자료를 내게 보여줬다"며 "아프리카 국가를 포함해 여러 나라를 아우르는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관련 협력 구상안도 보여줬다"고 진술했다.
오후 4시에는 노승일 K스포츠재단 부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헌재와 국회, 박 대통령 측은 노 부장을 향해 최씨의 K스포츠재단과 더블루K 실제 운영 여부 및 박 대통령과의 관계 등의 캐물었다.
한편 오는 14일 열리는13차 변론에는 오전 10시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 오후 2시 김홍탁 플레이그라운드 대표, 오후 3시 이기우 그랜드코리아레저 사장, 오후 4시 김형수 전 미르재단 이사장의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