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박근혜 정부의 ‘비선 실세’ 최순실(60·구속기소)씨가 관세청 인사에도 개입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특혜 의혹 속 지난해 월드타워점 특허를 따낸 롯데면세점(대표 장선욱)이 또 한 번 위기를 맞게 됐다.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검찰 등에 따르면, 최씨는 관세청 차장과 인사국장, 인천본부세관장 등 고위직 간부 인사에 개입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지난 3일 한겨레가 보도했다.
앞서 관세청은 특허 심사에서 선정된 업체가 관세법상 특허 취소 사유에 해당되는 거짓, 부정한 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판정되면 해당 신규 특허는 취소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의혹의 발단은 2015년 12월 최씨가 측근이었던 고영태씨(최순실 차명회사 ‘더 블루K’ 전 이사)에게 ‘인천세관장에 적합한 인물을 알아보라’고 지시하면서다. 고씨는 김대섭 전 대구세관장을 추천했고, 김 전 세관장은 2016년 1월18일 인천세관장에 임명됐다. 김 전 세관장은 고씨를 통해 최씨에 ‘인사 대가’로 상품권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세관장은 지난달 13일 돌연 사표를 제출했다.
최씨는 관세청 차장, 인사국장 인사에도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최씨는 2016년 초 해당 2개 보직의 ‘근무기강 해이’를 지적하며 후임자 물색을 고씨에게 지시했다고 한겨레는 밝혔다. 고씨는 최씨의 또 다른 측근인 류상영씨(최순실 차명회사 ‘더운트’ 전 부장)를 통해 인사보고서를 만들어 최씨에게 전달했다. 보고서대로 2016년 5월 기재부 출신의 김모 차장이, 인사국장에는 이모 국장이 각각 임명됐다. 현재 두 사람은 최씨와의 연관성을 일체 부인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번 최씨의 관세청 인사 개입은 지난해 6월 관세청의 ‘시내면세점 추가 사업자 선정 특허 입찰공고’ 직전에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업계에서는 2015년 11월 롯데면세점이 월드타워점 특허권 획득 실패 이후, 이듬해 4월 관세청이 계획에 없던 서울 시내면세점 추가 선정 방침을 발표하자 뒷말이 무성했다.
2015년 7월 박 대통령과 독대한 신동빈 회장 간에 ‘면세점 사업권’을 두고 거래가 오갔고, 롯데는 독대 이후 두 재단에 45억원(롯데면세점 17억원·롯데케미칼 28억원)을 출연한 것이 드러나면서 면세점 선정 대가성이란 의혹이 커졌다. 이와 관련 롯데 측은 2015년 11월 면세점 입찰에서 월드타워점이 탈락한 것을 이유로 ‘대가성’은 말이 안 된다는 논리를 펴왔다.
하지만 당시는 이른바 ‘신동빈-신동주 간 왕자의 난’으로 경영권 분쟁이 커져 사회적으로 ‘반롯데’ 정서가 팽배했었다. 이를 의식한 관세청도 롯데면세점에 소공점과 월드타워점 둘 다 줄 수 없어 월드타워점 한곳만 탈락시켰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당시 입찰 직전 롯데는 ‘롯데면세점’ 명의로 미르재단에 17억원을 출연했고, 소공점 수성은 이뤄냈다.
그러나 폐점 전 매출이 1조원대를 육박했던 월드타워점의 특허권 재획득을 바랐던 롯데는 신 회장이 박 대통령과 지난해 3월 또 한 번 독대 이후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더 냈다. 재단의 실소유주인 최씨가 같은 해 5월 관세청 2인자인 차장 인사 등에 개입, 롯데면세점의 추가 선정 특혜를 주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인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대목이다.
지난달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제22부 심리로 열린 최순실-안종범 직권남용 협의 관련 공판에서 이 같은 정황이 실제 드러나기도 했다. 관세청 차장 등 인사 문건을 만든 류상영씨의 휴대전화 압수수색을 통한 서증(법원에 제출된 문서 증거)에서 상당수 관련 문건이 발견됐다. 하지만 롯데는 그룹 경영 비리와 관련 검찰의 압수수색 직전인 6월, 재단으로부터 출연기금 전액을 돌려받았다며, 대가성 의혹에 한 번 더 선을 긋고 있다.
또한 롯데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의 공식 파트너가 되는 대가로 신규 면세점특허권을 받았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롯데는 지난해 3월16일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와 공식 파트너 계약을 체결했고, 공교롭게 다음 달인 4월29일 관세청이 서울 시내면세점 4곳을 추가 선정하겠다고 발표했다.
관세청은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롯데·SK 등을 위한 특혜성 추가 입찰이란 지적에도, 의혹을 부인하며 입찰을 진행하겠다고 ‘뚝심’을 보였고 12월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3곳을 최종 사업자로 선정했다.
일련의 의혹에 대해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관세청이 지난해 면세점 추가 선정 방침을 발표하기에 앞서, 4월에 관세청 주도로 열린 민관합동 면세점 제도개선 공청회에서 추가 선정 요구가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순실의 관세청 인사 개입이 롯데 월드타워점 등 면세점 추가 선정 간에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지는 특검이 밝힐 사안”이라며 “관세청이 이미 부정 특허 취소 사유에 해당되는 거짓, 부정한 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판정되면 해당 신규 특허는 취소될 수 있다고 했으니 특검 조사를 지켜볼 문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