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문재인 대세론과 유권자 비율의 상관관계...기울어진 운동장 극복해야

2017-02-03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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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이 묻는다'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인해 대선 구도가 다시금 요동치고 있다. 문재인 대세론을 꺾을만한 이슈가 아직 등장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번 대선에서는 젊은 층의 높아진 정치의식이 어떤 역할을 할지 주목되고 있다.

19대 대선은 젊은 층의 유권자가 크게 줄고, 중장년층은 크게 늘어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선거가 치러진다는 측면에서 야권 주자들은 현재의 지지율에 안주해서는 안될 것으로 분석된다.
◆ 문재인 대세론은 유효

모든 언론사의 여론조사 결과는 대세론의 중심에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다자대결이 됐든, 양자대결 혹은 삼자대결 등 여러 가지 대선구도를 가정하더라도 문 전 대표의 대세론은 흔들림이 없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인해 반사이익에서 제외된 문 전 대표이면서도 대세론이 수그러들지 않는 것은 그만큼 대항마의 영향력이 약하다는 반증이다.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은 예상했던 것보다 너무 이른 시간에 등장하는 바람에 대선 열기가 가라앉을 지가 걱정될 정도였다. 앞으로도 대권 잠룡으로 분류되는 정치인들의 불출마 선언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잠룡들은 대선 레이스 완주가 목표겠지만, 완주로 인해 입을 타격이 더 크다고 판단될 경우 언제든지 내려서면 된다. 당초 정치 일정대로라면 벌써 대선 레이스를 포기하는 것이 의미가 없지만 헌법재판소발(發)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현 시점에서의 낙마조차 결코 이른 것은 아니다.

대권 잠룡들 가운데 지금까지 낙마한 정치인은 반 전 총장 외에 원희룡 제주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 안희정 상승세 주목

‘문재인 대세론’을 꺾을 새로운 이슈가 아직 등장하지 않은 가운데 최근 안희정 충남지사의 급격한 상승세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안 지사는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2배가량 급등하며 단번에 2위 그룹의 선두에 자리했다. 반 전 총장의 최대 수혜자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안 지사는 그동안 야권 주자 가운데 2위였던 이재명 성남시장을 따돌린 것은 물론이고 다른 여권 주자들의 지지율보다 높아졌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가 3일 “안희정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엎을 수도 있다”고 말한 대목은 시사 하는 바가 크다.
 

2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13차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며 촛불파도타기를 하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 국민들의 높아진 정치의식

만일 헌재의 탄핵 인용으로 조기 대선으로 치러질 경우 이번 대선이 주는 의미는 여느 대선과 다르다. 그중에 특히 눈여겨볼 대목이 높아진 정치에 대한 관심이다.

지난해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촛불집회에 연인원 1000만 명이 참여했다는 것은 정치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 대목이다.

한 언론사의 조사 결과 20대의 투표 참여성향은 9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50대와 60대의 투표 성향 80%대보다 훨씬 높다.

젊은 층은 투표에 소극적이란 고정 관념을 깨는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는 바로 정치에 대한 높은 관심이 반영된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해 7월에 발표한 20대 총선 투표율 분석에 따르면 20대는 50% 이상이 투표에 참여했고, 30대 역시 거의 50%대였다. 이는 19대 총선에 비해 10% 포인트 가량 높아진 것이다.

젊은 층의 투표 성향이 높아진 것은 전반적으로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것이며 자신들이 직접 나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체화했기 때문일 것이다.

촛불집회에 나선 고등학생들이 자신들에게도 투표권을 달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 역시 이런 측면에서 이해될 수 있다.

◆ 기울어진 운동장...청년층의 유권자 비중 낮아져

대선에 나선 주자들은 새누리당을 제외하면 입을 모아 촛불민심을 따르겠다고 말한다. 물론 촛불집회에 나선 시민들이 모두 젊은 층은 아니지만, 젊은 층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많은 것도 현실이다.

문제는 전체 유권자의 분포에서 젊은 층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의 모습을 하고 있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이번 대선에 투표할 수 있는 20대에서 30대의 유권자의 수는 1500만 명으로 전체의 35.6%를 차지한 반면 50대에서 60대는 1824만 명으로 45.4%를 차지한다.

지난 2012년 18대 대선에서는 2030세대가 37.9%, 5060세대가 40.3%였던 것과 비교할 때 젊은 층은 줄고, 중장년층은 크게 늘어난 것이다.

최근 10년 동안 10대에서 30대까지의 유권자는 1673만 명에서 1496만 명으로 177만 명이 줄어든 반면 60세 이상은 345만 명이 늘어난 통계도 있다.

따라서 젊은 층의 투표 성향이 아무리 높아져도, 중장년층 혹은 노년층의 인구 증가를 따라갈 수 없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이번 대선이 치러지게 된다.

이러한 인구통계학적 여건에서 치러지는 19대 대선이 문재인의 대세론으로 결론이 날 지, 안희정 지사의 뒤집기가 성공할지, 그렇지 않으면 여권 후보가 극적인 수성(守成)을 할지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다만 높아진 정치의식이 전체적인 투표율을 끌어올리게 될 경우, 야권으로서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도 한번 해 볼만 한 경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7대 대선의 투표율은 63.0%였고 18대 대선의 경우 75.8%였다.

[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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