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세론에 맞서야 하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추격전이 지지부진하면서 여권의 대선주자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 박원순 시장의 불출마...야권 대선구도 흔들
박원순 서울시장이 26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름이 올랐던 박 시장의 갑작스런 불출마 선언은 더불어 민주당이 경선룰을 정하고 본격 대선체제에 들어간 것과 맞물려 파장이 클 전망이다.
민주당은 지난 25일 대선 후보를 완전국민경선제를 통해 선출하기로 하는 등 경선룰을 확정하고 당을 대선체제로 전환했다.
이에 대해 박 시장과 김부겸 의원이 ‘야권의 공동경선’을 주장하면서 반발한 바 있다. 경선룰을 정한 지 하루만에 박 시장이 불출마를 선언한 것이 이에 대한 반발로 비쳐질 가능성도 높다.
박 시장의 불출마 선언을 계기로 당내 비문(비문재인계)들의 반발이 거세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부겸 의원은 아직 이렇다할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그동안 당내에서 꾸준하게 제기돼 온 ‘패권주의’에 대한 반감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부겸 의원의 향후 행보가 주목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 문재인 전 대표 “어렵고 고마운 결단”
박 시장의 불출마에 대해 문재인 전 대표는 “어렵고 고마운 결단을 했다”며 함께 힘을 모아낸다면 정권교체를 확실하게 할 수 있다며 조기 진화에 나섰다.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도 박 시장의 불출마 선언을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같은 야권의 다른 대선 주자들의 발빠른 대응은 박 시장의 불출마 선언이 가져올 파장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이런 가운데 안희정 지사는 이날 KBS 토론회에 출연해 문재인 전 대표의 대세론을 꺽을 자신이 있다고 밝혔다. 안 지사는 “민주당 경선에 기적과 돌풍을 몰고 올 자신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 유승민 의원 대선 출마 공식 선언
야권에 비해 대선 레이스가 비교적 늦게 시작된 여권의 대선구도 역시 요동치고 있다. 선두를 달렸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지지세가 한 풀 꺽인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반 전 총장에 대한 구애를 드러내놓고 하는 여권세력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 여권의 고민을 반증한다.
최근의 여론조사에서는 반 전 총장과 문재인 전 대표와의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는 것과 반비례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한 지지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대목도 주목을 끌고 있다.
새누리당이 이렇다 할 대선 주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바른정당의 발걸음은 빨라지고 있다.
남경필 경기지사가 25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데 이어 유승민 의원도 26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유 의원은 “정의로운 민주공화국을 이뤄내는 것이 시대가 부여한 길”이라고 강조하며 이날 출마를 선언했다
의석수로는 새누리당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바른정당은 벌써 대선 주자가 2명으로 늘어나면서 대선 경선 레이스에서 새누리당을 압도하고 있다.
◆ 벚꽃대선 가능성 높아져
설을 앞두고 대선주자들이 잇따라 출마 선언을 하는 것은 설 연휴기간 동안 가족들이 모여 앉아 대선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눌 때 입길에 오르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이른바 ‘설민심’을 얻고자 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3월 13일 전까지 대통령 탄핵심판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출마 러시를 부추기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측의 대응이 오히려 이번 설 민심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많아 조기 대선에 대한 정치권의 기대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