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벚꽃대선의 현실화...대선은 빠를수록 좋다

2017-01-2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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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의 대립과 갈등을 정치공간으로 옮겨야

[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지난 25일 "3월 13일까지 탄핵심판을 결정해야 한다"는 말이 정치권을 강타했다. 그 말에 담긴 뉘앙스를 탄핵심판 인용으로 해석하는 기류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해 박근혜 대통령 측이 예정에 없던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를 하고, 최순실씨는 특검에 출석하면서 ‘국민을 향해’ 호통을 치고, 최 씨의 변호인은 기자회견을 자청하는 등 일련의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박 대통령의 인터뷰가 유투브로 방송된 날, KBS 9시뉴스에는 썩 충격적인 보도가 나왔다. 워낙 굵직굵직한 뉴스가 등장하는 바람에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이날 뉴스에서는 KBS의 프로그램인 아침마당 CP가 3월을 대선기간으로 전제하는 말이 생생하게 전해졌다.  

전후 사정은 이렇다. 당초 이날 KBS와 인터뷰를 하기로 했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평론가 황교익씨의 아침마당 출연 거부를 문제 삼아 인터뷰를 거절했다. 황 씨는 문 전 대표를 지지하는 인사다. KBS는 이와 관련해 아침마당 CP의 입장을 내보냈는데, 담당 CP는 황 씨의 출연을 거부한 것이 아니라 3월이 선거기간이 될 것으로 보고 시기를 조정하려 했다고 말했다. KBS의 이 같은 해명은 당장 문 전 대표 측 반발을 누그러뜨리고 국민적 오해를 피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결국 KBS가 조기 대선을 가정했음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어찌됐든 좋다. 조기 대선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여러 언론에서 기정사실로 하는 분위기가 역력한 실정이다. 전제는 헌법재판소가 2월말이나 3월초에 탄핵심판에 대한 결정을 내리며, 방향은 인용 쪽으로 날 것이라는 예측이다.

모든 예측이 맞아떨어지진 않지만, 많은 사람이 믿고 있다면 그 예측이 맞을 가능성도 높다. 물론 비과학적인 분석이다.

여권의 한 중진 정치인에게 헌재의 탄핵심판에 대한 예측을 물었다. “조심스럽지만, 헌재가 탄핵을 인용할 가능성이 60% 이상으로 본다”는 그의 말은 전혀 조심스럽지 않은 답변이었다.

야권 의원들이 SNS 등을 통해 헌재의 탄핵 인용을 전제로 벌써부터 대선 일자를 내놓기도 한 것을 보면 야권은 헌재의 탄핵 인용을 100% 믿고 있는 것 같다.

야권 의원들에 따르면 헌재의 탄핵이 인용될 경우 대선 일자는 4월 26일으로 정해질 가능성이 가장 높다. 이른바 벚꽃대선이 현실화 하는 것이다. 3월부터 피기 시작한 벚꽃은 4월 초 절정을 맞은 뒤 대선이 치러질 때까지 계속 피어있을 것이다. 어느 기업의 광고 문구처럼 ‘봄을 이기는 겨울은 없다’

선거는 겨울에 치러지는 것보다는 봄이 선거운동이나 투표 등을 감안할 때 더 나을 것이다. 4월 총선에 이어 4월 대선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왕이면 ‘개헌’을 통해 같은 해에 대선과 총선이 치러질 수 있다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이럴 경우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각 당에서 대선 후보 경선 일자도 짧고, 그만큼 국민들의 검증 과정도 깊지 않을 수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조기 대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지금부터라도 준비작업에 나서야 할 것이다. 그런 촉박함에도 불구하고 대선은 빠를수록 좋다. 조기 대선이 성사되면 지금의 사회 혼란과 정치적 갈등이 오히려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대선은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일 것이다. 그동안 대통령 탄핵을 둘러싸고 극한 갈등으로 치닫고 있는 집회들도 동력을 잃을 것이다.

3개월 동안 매주 토요일마다 지속된 촛불집회는 ‘촛불시민혁명’으로 불리면서 구체제를 청산하고 새로운 시대, 헌법이 정한 민주공화국의 시대로 갈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평가는 받고 있다. 내부의 평가에 그치지 않고 주요 외신들의 평가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편에서는 그에 맞선 집회가 새로 조직되고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매회 참석자들의 숫자가 불어나고 있다. 의도했든 그러지 않았든 시민들의 갈등 구도가 깊어지고 있다. 누구도 바라지 않았던 시민들의 갈등과 대립이 격화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대선 기간 중에도 이러한 갈등과 대립을 더욱 격화될 수도 있다. 다만 갈등과 대립이 벌어지는 판과 공간이 달라진다. 지금 광장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대립이 정치공간으로 이동될 수 있는 것이다.

더 이상의 대립과 갈등은 대한민국의 미래에 결코 순기능을 하지 않을 것이다. 서로의 골이 더 깊어지기 전에, ‘루비콘의 강’을 건너기 전에, 시민들은 선거라는 민주적이고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새로운 통합을 수용하는 것이 맞다.

대선은 빠를수록 좋다. 대통령 선거는 대한민국에게 주어질 새로운 기회다.

[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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