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런 기대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하루 종일 서서 일하는 판촉직 여직원들은 편히 쉴 전용 휴게실이 없어 계단에서 쉬기 일쑤였다. 출산·육아휴직도 경력 단절과 승진 과락에 대한 걱정으로 길게 쓰지도 못했다. 직장 내 어린이집은 수용인원이 태부족이라, 실제 입성은 하늘의 별 따기로 통한다. 하지만 기업들은 하나같이 ‘여성이 일하기 좋은 기업’이라고 홍보했다. 현실과의 괴리가 너무도 컸다.
여성 인재 육성은 잘 되고 있을까. 재계 5위인 롯데그룹(회장 신동빈)의 경우, 그룹 전체 임원 수 600명 중 18명(2017년 1월 현재)만이 여성이었다. 3%에 불과한 이 비율에 대해 롯데 측은 “그래도 타 기업에 비해 많은 편”이라고 자평했다.
그렇다면 과연 공정한 과정을 거쳐 여성 인재가 발탁되는 지도 궁금했다. 취재 중 희한한 사례를 접했다. 임원급은 아니지만, 이미 몇 차례 채용이 반려된 한 계열사 여직원은 특정 남성 임원의 입김으로 특채가 이뤄졌다. 채용 당시 롯데 공채들 사이에선 ‘B상무 낙하산’ ‘라인 타기의 전형’ 등 논란이 분분했다. 롯데그룹에서 실체를 물어왔다. 어느 계열사인지 알아야 시정할 수 있다고 했다. 고심 끝에 그곳은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이라고 알려줬다.
신동빈 회장이 강조한 “능력과 역량을 갖춘 여성 인재”였다면 과연 인사팀은 왜 그녀의 채용을 여러 번 반려했을까. 채용 과정의 비정상적인 문제를 롯데는 일부러 모른 체하는 것인지, 아니면 유별난 여성 인재 사랑인지 궁금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