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女인재를 키워라 (하)] 일·가정 양립 위한 워킹맘 복지 ‘걸음마 단계’

2017-01-18 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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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대기업 최초로 ‘자동육아휴직’ 도입…전문가 “해외기업 수준엔 미흡”

‘여성이 일하기 좋은 기업’ 롯데, 현대백화점, 신세계 등 국내 주요 유통기업들이 한목소리로 여성 우대를 강조하며 복지 제도개선에 힘쓰고 있다.[사진=롯데 제공]


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여성이 일하기 좋은 기업’

롯데, 현대백화점, 신세계 등 국내 주요 유통기업들이 이처럼 한 목소리로 여성 우대를 강조하며 복지 제도개선에 힘쓰고 있다.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이 일찌감치 ‘여성 인재 육성’을 강조하면서 관련 제도 개선 행보가 발빠르다. 그룹 내 여성 인력의 역할이 커짐에 따라 여성인재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근무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필요성이 커진 탓이다.

롯데는 2012년 국내 대기업 최초로 자동육아휴직을 도입해 출산한 롯데의 여성인재라면 누구나 의무적으로 눈치 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법적으로 육아휴직이 보장돼 있지만, ‘워킹맘’들이 눈치를 보느라 제도를 마음껏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스스로 개선한 것이다.

이에 따라 롯데 전 계열사는 그 동안 희망자의 신청에 따라 사용할 수 있었던 육아휴직을 별도의 휴직 신청 없이도 출산휴가가 끝나는 시점에서 자동으로 1년간 사용할 수 있도록 신청 절차를 개선했다. 실제 2012년 자동육아휴직 실시 전에는 롯데 여성인재들의 육아휴직 비율이 60% 대에 그쳤지만, 현재는 95%를 넘어설 정도다.

롯데는 2017년부터 기존 1년이던 여성인재들의 육아휴직 기간을 최대 2년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아울러 대기업 최초로 남성 직원들도 올해 1월 1일부터 ‘의무 육아휴직’제를 도입했다. 배우자가 출산하면 의무적으로 적어도 1개월 휴직할 수 있고, 휴직 첫 달은 통상임금의 100%를 보전한다.

롯데는 ‘육아휴직 후 복직’을 돕기 위한 웹기반 학습 시스템 ‘톡톡 맘(Talk Talk mom)’도 운영, 1년 넘게 업무와 떨어져 있던 여직원들의 회사 복귀를 돕도록 온라인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복직 직후에는 ‘맘스힐링’이라는 오프라인 교육도 병행하며 2014년 8월엔 복직플래너 ‘기다립니다. 기대합니다’ 책자를 제작하기도 했다. 이 책은 워킹맘들이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데 현실적인 조언과 정보를 담고 있으며, 복직 3개월 전에 육아휴직자의 가정으로 개별 배송된다.

아울러 롯데의 직장 어린이집은 지난해 기준 7곳에서 올해 상반기 총 15곳으로 확대하고 있다. 2012년부터 롯데그룹의 여성 리더십 향상을 위한 ‘WOW(Way of Women) 포럼’도 실시하고 있다. 신 회장은 가급적 이 포럼에 직접 참석해 그룹의 여성인재 강화에 대한 의지를 공유하고 여성 간부들의 자긍심을 높이고 있다.

신세계그룹도 여성 인재들의 모성 보호를 위한 복지를 확대하고 있다. 우선 출산을 앞둔 여성 인재의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해 탄력 근무제를 도입, 임산부를 대상으로 2시간 단축 근무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개인 사정에 따라 출퇴근 시간을 단축 시간에 맞춰 조절이 가능하다.

또 출산 휴가도 법으로 보장된 기간보다 대폭 확대해 여성인재들의 출산과 육아에 대한 부담을 줄였다. 법으로 보장된 출산휴가(90일)와 육아휴직(1년)과 별도로 임신 인지 시점부터 사용 가능한 출산휴직과 희망육아휴직(1년)을 추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신세계 임직원은 출산 전 출산휴직을 포함하면 최장 3년 이상의 출산과 육아 휴직을 사용할 수 있다. 특히 2016년 3월부터는 ‘난임 여성 휴직제’를 신설해 난임진단서를 받은 여성 임직원을 대상으로 3개월에서 최대 6개월까지 휴직이 가능토록 배려했다.

출산 후 육아지원도 확대했다. 신세계그룹은 2011년 3월 성수동 이마트 본사와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인천점, 광주점 등에 유통업계 최초로 60~80평 규모의 보육 시설을 개설한 바 있다. 2015년 3월엔 청담동에 사옥을 둔 신세계인터내셔날도 임직원들의 자녀를 대상으로 사내 어린이집을 새로 개설했다. 현재 230여 명의 유아동이 신세계그룹 내 보육시설을 이용하는 등 호응도가 높다고 신세계는 설명했다.

현대백화점그룹도 여성 임직원들의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복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우선 업계 처음으로 ‘PC오프제’를 도입해 본사 오후 6시, 점포는 오후 8시 30분에 자동으로 PC 전원이 꺼져 정시 퇴근을 유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임직원들은 '근무 집중도가 높아졌다', '퇴근 후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늘어났다' 등 PC오프제에 대한 높은 만족감을 보이고 있다.

패션 계열사인 한섬은 여성 직원들의 육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난해 10월 '아이 어린이집'을 오픈했다. 다수의 직장내 어린이 집이 사옥 내에 있어 야외에서 뛸 공간이 없다는 점에서 착안, 7층 옥상에 실외 놀이터도 마련했다.

이밖에도 민간·공공 부문을 아울러 최초로 배우자가 출산했을 때 30일까지 휴가를 쓸 수 있게 하고, 산업계 최초로 ADT캡스와 손잡고 혼자사는 여직원 집에 방법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특히 현대백화점의 경우, 여직원은 출산휴가 신청과 동시에 1년간 자동으로 휴직할 수 있는 '자동 육아 휴직제'와 임신 12주 이내 36주 이상 여직원 대상 '유급 2시간 단축근무 제도' 등을 시행 중이다.

하지만 여성 직원이 70%이상을 차지하고, 주요 고객이 여성이 대부분인 이들 빅3 유통사들도 아직 ‘일·가정 양립’을 위한 인프라와 복지제도는 여전히 걸음마 단계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원은 “백화점, 면세점, 패션 부문까지 여성 직원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유통 대기업들이 최근 여성 복지제도를 내놓고 있지만 해외 기업에 비해서는 여전히 걸음마 수준”이라며 “장기적으로 인재 육성을 위해서는 직장내 어린이집과 여성 전용 휴게실, 탄력 근무제를 보다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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