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 롯데그룹 A계열사의 B부문장(상무)은 인사에 있어서만큼은 사장 못지 않은 ‘실세’로 통한다. 직원들 사이에선 공공연하게 ‘B상무 라인’을 타야만 승진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실제 몇 년 전 여직원 C씨는 특채 요건이 되지 않아, 롯데그룹 차원에서 몇 차례 인사가 반려됐다. 하지만 B상무의 입김으로 C씨는 결국 입사에 성공, 현재도 근무 중이다. 당시 롯데그룹 공채 직원들 사이에선 ‘낙하산 인사’ 논란이 일 정도로 반발이 심했다. 하지만 그룹 차원에서 쉬쉬하면서 논란은 유야무야 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롯데에선 여성이 말단 사원에서 임원(상무보)이 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에 비유된다. 신 회장이 여성 인재 육성을 강조한 2011년 그해 첫 여성 임원(박기정 롯데백화점 상품본부 이사)이 탄생했지만 2015년 15명, 2016년 12월 현재 19명이다. 그룹 전체 임원이 600명에 달하지만, 여성 임원 비율은 3%에 불과한 것이다.
신 회장은 앞서 2015년 3월 첫 여성임원들과 간담회에서 “여성 고객이 많은 회사 특성상 여성 인재 육성은 미래 성장을 위한 중요 과제”라며 “여성 육성 정책에 박차를 가해 여성임원 비율을 30%까지 높일 수 있도록 하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여성 임원 되기는 쉽지 않고, 임원이 된 후에도 남자 임원들의 ‘텃새’가 엄청나다. 롯데의 경우, 공채 출신 여성 임원은 2015년 롯데칠성음료 진달래 상무보가 처음일 정도다. 남성 임원들의 견제가 심해 승진한 지 1년이 안돼 타사로 이직한 경우도 있다.
롯데뿐만 아니라 현대백화점, 신세계 등 유통 대기업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인사에서 과거 5년 대비 신입사원 여성인력 비율은 30%에서 최근 40%로 1.3배 이상 증가했지만, 여성 임원의 승진 인사는 없었다. 신세계도 최근 입사한 대졸 신입사원의 경우 남녀비율이 6대 4에 이를 정도로 여성 지원자가 많았다. 하지만 지난해 정기 임원인사에서 여성 임원 인사자는 3명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