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이 시작되었다. 불안한 출발을 보였던 2016년과 달리 정유년(丁酉年) 시작은 일단 순조로워 보인다. 양적완화의 중요한 이유가 되었던 디플레이션에 대한 공포감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그 강도는 약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당사에서는 장기간 지속되었던 저금리 기조가 퇴조하고 있다는 진단을 내린 바 있다. 판단의 이유로는 에너지 가격의 기저효과 발생으로 올 상반기 물가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로 유가의 하방 경직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구조조정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며 중국 생산자물가지수(PPI)는 플러스로 반전하며 인플레이션 수출 환경으로 전환되었고, 트럼프의 수요촉진 정책, 보호무역주의 강화가 궁극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게 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첫째는 산유국들의 감산 이행 여부다. 주지하다시피 OPEC, 비OPEC 회원국들은 15년만에 처음으로 감산 결정에 합의했다. OPEC회원국들은 120만 배럴, 러시아를 포함한 비OPEC회원국들은 55만배럴을 감산하기로 결정했다.
만약 산유국들의 감산 이행이 약속했던 것처럼 진행된다면 시장은 수요초과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감산 이행을 전제로 2017년 상반기 원유시장을 수요 초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관건은 약속했던 것처럼 감산 결정이 이행되는지 확인하는 작업일 것이다.
둘째,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 이후 정책실행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 대규모 재정지출을 통한 수요촉진 정책은 속도전으로 진행될 것 같지 않다. 현재의 경기여건이 추가적인 재정정책이 필요할 만큼 비관적이지 않을 뿐 아니라, 선거기간 동안 발표됐던 정책공약들이 현실정치에서 교정작업을 거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인플레이션의 지속성 여부는 위의 두 가지 요인에 대한 확인이 필요해 보인다. 그리고 인플레이션의 지속성 여부가 향후 금리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물가가 오르고 금리 레벨이 높아진 구간에서 살펴볼 투자처는 어디일까. 작년 하반기 이후 진행중인 리플레이션 환경에서 미국 자산의 매력은 높을 것으로 판단한다. 미국은 고용회복과 자산가격의 견조한 흐름이 이어지며 성장에 대한 기대가 유효해 보인다.
다만 투자 관점에서 밸류에이션은 부담 요인이다, 뉴욕증시의 랠리가 장기화되면서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2010년 이후 PER밴드 상단인 17.5x에서 거래되고 있다. 美 대선 이후 상승 피로감이 누적된 상황에서 트럼프 취임을 전후로 기간 조정이 나올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렇지만 미국 금융주에 대한 관심은 유효해 보인다. 전체 증시의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아진 것은 맞지만, 미국 금융주는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높지 않다. 금융업종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금융위기 이전 2x 이상이었는데 금융위기를 거치며 1x 미만으로 하락했다. 지금은 바닥을 다지고 올라와 1.32.x로 여전히 전체 시장 대비 낮은 수준이다. 미국 대선기간을 포함한 두 달 동안 섹터 펀드 중 가장 유입액이 컸던 뮤추얼펀드 역시 금융주 펀드였다.
둘째로 금리의 방향성이 바뀌면서 은행의 예대마진 확대가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연준은 두번째 금리인상을 통해 금융긴축을 가속화하고 있다. 기대인플레이션까지 반등하는 상황에서 연준의 점도표는 상향되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테이퍼링 아닌 테이퍼링에 나섰으며, 일본중앙은행(BOJ)은 긴축의 시기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금리의 추가적인 상승은 경기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속도조절이 나올 순 있겠지만, 금리가 급락하지 않는다면 은행의 수익성 훼손은 제한적일 것이다.
금융관련 규제도 트럼프 시대에는 완화되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 것이다. 트럼프 후보는 선거 당시 도드-프랭크법을 폐지하여 대형은행의 자유로운 수익활동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