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최초 10년 주기형 주택담보대출 상품이 나온 지 3개월 넘었지만 여전히 시장에선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기존 5년 주기형보다 금리가 높을뿐더러 시장금리가 낮아지고 있어 장기간 고정금리 상품을 택할 이유가 없어서다. 여기에 은행이 가계대출 관리로 대출 금리를 올리며 10년 주기형 상품 출시가 무의미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은 지난달 10년 주기형 주담대 상품을 내놓으려다 출시를 연기했다. 상품 판매를 미룬 배경에 대해 “아직 시스템적으로 내부 검토를 하고 있다”고 은행 측은 설명했다. 현재 내년 중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5월 주택금융공사가 은행 자금 조달 수단인 ‘커버드본드(우량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채권)’를 지급 보증해 10년 주기형 주담대를 출시하도록 하는 유인책을 내놨다. 주금공의 신용 보강으로 은행들이 낮은 금리에 커버드본드를 발행할 수 있도록 돕는 게 핵심이다. 채권은 통상 발행 기간이 길수록 조달 비용이 커진다.
그러나 지난 8월 시중은행 중 처음으로 신한은행이 10년 주기형 주담대를 내놓은 뒤 추가로 상품을 선보인 곳은 없는 상황이다. 현재 유일하게 신한은행이 이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주금공을 통한 발행 금리 인하에도 은행이 10년 고정금리로 주담대를 판매할 유인이 작았다는 의미다.
소비자 사이에서도 수요가 작은 건 마찬가지다. 신한은행이 10년 주기형 주담대 대출 한도로 잡았던 2000억원도 아직 소진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5년 주기형보다 금리가 높은 점이 영향을 미쳤다. 5년 주기형 주담대 금리는 이날 하단 기준 10년형보다 0.09%포인트 낮았다. IBK기업은행도 적은 수요에 재검토에 들어갔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또 지난 3개월여 동안 10년 주기형 주담대 상품 금리는 가계대출 관리 강화 때문에 오히려 더 높아졌다. 출시 당일 3.38~5.39%였던 대출 금리는 이날 기준 4.23~5.53%로 하단이 0.85%포인트 올랐다. 현재 시장금리가 점차 낮아지고 있는 점도 장기 대출에 대한 수요가 낮은 이유 중 하나다.
금융권 관계자는 “5년 주기형 주담대보다 금리가 높아 굳이 10년 주기형 상품을 택할 이유가 없다”며 “은행에서도 수요가 있어야 상품을 만드는데 현재로선 대부분 은행이 10년 주기형 상품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