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연초부터 제2금융권 회사들을 중심으로 M&A 관련 논의가 물밑으로 이뤄졌으나, 실제 인수·매각으로 이뤄진 건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새 주인을 찾고자 하는 금융회사는 12곳으로, MG손해보험이나 KDB생명보험 등 보험사부터 롯데카드·상상인저축은행·애큐온저축은행 등 업권을 가리지 않고 분포돼 있다.
이달 OK저축은행과 MG손보 등은 인수 대상자를 찾아 실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먼저 OK금융은 상상인저축은행 인수에 상당한 의지를 가지고 이달 초부터 실사를 진행했는데, 성사 여부는 가늠하기 어렵다. 자본금 수준인 3000억원 내외에서 부실 정도를 반영하려는 OK금융과 제값을 다 받아내려는 상상인저축은행 간 간극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상상인저축은행은 지난해 우리금융그룹과의 매각 과정에서도 가격 협상이 틀어지면서 인수가 불발된 바 있다.
MG손보 역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메리츠화재와 협상에 들어갔는데, 자산부채이전(P&A) 방식으로 진행되다보니 고용 승계 관련 문제로 노조의 반발이 극심해 진척이 더딘 상황이다. 동양·ABL생명 인수를 통해 비은행부문 포트폴리오를 강화한다는 계획을 내비친 우리금융 역시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의혹에 발목이 잡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매운맛' 검사 발표를 예고한 만큼 금융당국의 승인 절차만 남겨뒀음에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롯데카드의 최대 주주인 MBK파트너스 역시 수년째 매각에 실패하면서 지난 10월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을 통해 5년의 시간을 벌었다.
고금리 장기화 속 자금조달이 쉽지 않고 어려운 경기 전망에 '빅딜' 가능성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매물로 나온 금융사들이 대부분 2금융권에 분포돼 있어 불경기는 더욱 뼈아픈 대목이다. 실제 국내 은행의 3분기 누적 이자이익은 44조400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고, 올해에도 역대급 실적을 거둘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반대로 카드사들은 가맹점 카드수수료율이 재차 떨어지며 '살얼음판'이 예상되고, 저축은행 역시 내년 상반기까지 실적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
일각에선 업황이 어려워질수록 M&A를 통한 구조조정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는 버티기에 들어간 2금융권 회사들의 적극적인 구조조정을 기대하고 있는 만큼 이달 진행 중인 사안들은 큰 틀에서 이해관계가 맞아들어갈 가능성이 있다"면서 "내년 캐피털 업계를 필두로 M&A 시장의 분위기가 뒤집힐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