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교육부·교육청 또 싸우나

2017-01-12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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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생각하는지 의문

[이한선 기자]

아주경제 이한선 기자 = 교육부와 교육청이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을 놓고 또 싸움을 벌이고 있다.

매번 갈등만 벌이고 있으니 양 기관이 과연 학생들을 생각하고 교육 정책을 펴고 있는지 의문이다.

교육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의 전면 적용을 미룬다고 해 갈등이 좀 가라앉는가 싶더니 아니었다.

교육부는 올해 연구학교 적용을 끼어 넣고는 한번 해보자라는 식으로 다시 밀어붙이고 있다.

지난 9일 교육부 업무보고에서 황교안 국무총리는 “교육부가 개발한 올바른 역사교과서가 학교 현장에서 잘 적용되고 객관적으로 평가될 수 있도록 노력해주길 바란다”고까지 말했다.

개발한 국정 교과서가 ‘잘’ 적용되도록 하라는 지시다.

학교 교육의 혼란을 막고 안정을 위해 전면 적용을 2018년으로 미뤘다는 취지는 어디로 사라지고 개발한 교과서가 ‘잘’ 적용되도록 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

황 대행의 말은 직무정지 중인 박근혜 대통령과 교감 속에서 나온 말이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가 비정상적이다.

연구학교는 일반적으로 10~20개 학교를 지정해 시범적으로 적용하면서 문제점을 찾아 개선하기 위한 목적이지만 이번 2015 개정 교육과정을 적용한 역사 과목 연구학교는 희망학교를 모두 지정해야 한다고 하는 점이 특이하다.

기존 연구학교 지정 과정에서는 시도교육청이 여건상 참여하지 않더라도 제재가 가해지지 않았지만 이번의 경우에는 교육부가 참여하지 않을 경우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교육부는 이전의 경우에는 교육청의 편의를 봐주는 차원에서 참여하지 않더라도 제재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이번 경우에도 편의를 봐주면 안되는 것인가.

교육부는 민감한 대학수학능력시험까지 건드리고 있다.

2009 개정 교육과정과 2015 개정 교육과정의 공통 성취과제 부분만을 출제하겠다고 했다.

2018학년도 수능 시험을 치러야하는 수험생들은 잘못하면 이번 국정 교과서와 검정 교과서를 모두 들여다봐야 할 판이다.

교육부는 아예 연구학교로 지정되면 국정 교과서가 주교재이고 검정 교과서는 부교재로 쓸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국정화 연기로 혼란이 줄어들기보다는 오히려 학생들은 당장 내달이 지나 두 가지 교과서를 모두 배워야 하는 처지가 될 수 있게 됐다.

교육부와 교육청들은 지난해에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노조아님 통보 후속조치를 놓고 실랑이를 벌였었다.

노조 전임자 직권면직 조치를 놓고 교육부는 각 시도교육청들에 이행명령을 내리고 고발을 경고하기도 했었다.

전임자 직권면직과 관련해서는 교육청들이 법리적으로 거부하기가 어려워 교육부의 요구를 모두 수용했다.

복귀 명령을 따르지 않는 교사를 법적으로 보호할 명분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사례는 양상이 다르다.

국정 역사교과서에 반대하는 교육청들은 연구학교 지정권한이 교육감에 있다며 교육부 요청을 따르지 않겠다는 입장이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

교육청들은 교육부가 요청한 12일까지 연구학교 지정 요청 공문을 아예 일선 학교로 전달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교육부의 이행명령과 교육감에 대한 직무유기 고발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이다.

나라가 혼란스러운 이 때 자중하고 중심을 잡아주지는 못할망정 교육부가 일만 키우고 있는 양상이다.

국정농단의 장본인이 대통령의 역사교육 발언에도 손을 대 빨간 줄을 그어 고쳤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역사교육이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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