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의 중남미 4개국 순방길이 순탄치 않아 보인다. 대만성 성장이라고 쓰여진 자료, 대만 매체들은 모르게 진행된 정상회담, 중국에서 금기시되는 시계를 선물받는등 외교적 수모를 당한 것.
차이 총통은 9일 오후 5시(현지시각) 니카라과에 도착하자마자 1시간 30분 후인 6시 30분에 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과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정상회담은 니카라과 현지 관영매체에 의해 전국적으로 생방송됐지만 차이 총통을 수행한 대만 취재진은 양국 정상회담의 생방송 사실조차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다고 대만 중앙통신은 보도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중평사는 차이 총통이 이날 정상회담 20분 전에야 전화로 회담 시간을 통보받아 허겁지겁 서둘러 회담장으로 가야했다며 이는 대만을 깔본 처사같다고 평론했다. 대만의 야당인 국민당 측 인사도 "니카라과가 고의로 대만을 못살게 군 것"이라며 "대만과 니카라과 양국간 수교 관계가 불안정한 것에 대해 차이 정권은 확실히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밖에 차이 총통이 중남미 순방에 앞서 미국 휴스턴을 경유할 당시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와 회동후 받은 선물도 문제가 됐다.
당시 차이 총통은 꽃병을, 애벗 주지사는 텍사스주 휘장이 새겨진 시계를 선물했는데, 중국에서 시계를 선물하는 것은 금기시 되기 때문이다. 중국어로 시계 '종(鐘)'은 끝날 '종(終)'과 발음이 같아서 '끝내다', '죽음' 등을 연상시키는데, 시계를 선물한다(送鐘)는 것은 장례를 치른다(送終)는 말과 발음이 같아 이는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차이 총통이 외교적 수모를 겪은 것에 대해 대만 내부에서는 대만이 중국에게 위협받을 뿐만 아니라 대만과 수교를 맺은 우방국 소국에게조차 굴욕을 당해도 참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며 양안(중국 대륙과 대만) 관계 악화가 대만의 외교관계에 부정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점차 수면위로 드러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편 차이 총통의 중남미 순방에 맞춰 남중국해에서 훈련 중이던 중국 항공모함 랴오닝(遼寧)호 전단이 11일 북상해 대만해협 인근으로 접근하고 있어 대만은 바짝 긴장상태다. 대만 국방부는 랴오닝호 항모 전단이 남중국해 해역을 떠나 이날 오전 7시(이하 현지시간) 대만 남서쪽 방공식별구역으로 진입한 뒤 대만해협의 서북쪽으로 항행 중이라며 현재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