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 촛불집회서 헌재에 신속한 탄핵 결론 촉구

2016-12-11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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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윤은숙·조득균 기자 = 영하권의 날씨 속에서도 '촛불민심'은 여전히 뜨거웠다. 수많은 집회 참가자들은 이날 박 대통령의 '무조건 즉각퇴진'과 함께 탄핵 심판을 최종적으로 손에 쥔 헌재의 빠른 인용을 촉구했다.

o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 지난 10일 열린 '7차 촛불집회'에서 서울 80만 명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총 104만 명이 촛불을 들었다.

민주노총 등 진보진영 150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한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6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박근혜 정권 끝장내는 날' 집회를 개최했다.

주최 측이 집계한 '7차 촛불집회' 참가자수는 서울 광화문광장 80만명, 지방 24만3400명이다. 경찰은 서울 12만 명을 비롯해 전국에서 16만 명이 모였다고 추산했다.

o 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1시 사전집회를 시작으로 오후 4시부터는 광화문 광장을 출발해 청와대 방면 3개 경로로 사전행진을 시작했다. 행진은 지난 3일 열린 6차 촛불집회때처럼 청와대를 동·남·서쪽으로 100m까지 에워싸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동쪽은 청와대 춘추관 방면 진입로인 팔판동 126맨션 앞, 남쪽은 청와대 사랑채 인근 자하문로16길 21, 서쪽은 효자치안센터 앞까지다.

경찰은 광화문 앞 율곡로·사직로 북쪽으로는 행진과 집회 금지를 통고했지만, 법원은 그간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줬다며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시간제한을 조건으로 집회와 행진을 허용했다.

법원은 이날 126맨션·자하문로16길 21·효자치안센터 앞을 낀 행진과 집회는 오후 5시 30분까지, 삼청로 세움아트스페이스 앞·신교동교차로·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 앞 등 3곳은 오후 10시 30분까지 허락했다.

o 오후 6시부터 열린 본행사가 끝나자 참가자들은 오후 7시 30분께 다시 종로·서대문·청운동길 등 7~8개 경로를 통해 2차 거리행진에 나섰다. 한 때 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대통령 퇴진 반대'를 외치다가 촛불집회 참가자들과 몸싸움이 벌어졌지만 경찰출동으로 큰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번 7차 촛불집회도 전반적으로 평화롭게 진행되면서 오후 10시 30분을 넘어서자 참가자들은 자진 해산했다. 지난 1차 촛불집회(10월 29일) 참가자 2만명을 시작으로, 일곱 차례에 걸쳐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의 수는 연인원으로 서울 586만명, 전국적으로는 무려 748만명이다.

o 광화문 일대는 새롭게 등장한 '헌재도 박근혜 탄핵'이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든 참가자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곳곳에서 벌어진 자유발언 및 소규모집회에서도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헌재의 판결이 남았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이날 오후 6시 본행사에 참가한 정강자 참여연대 공동대표는 "광화문 광장에서 우리는 대통령을 이미 탄핵했고 국회가 탄핵안을 결정, 이젠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남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헌재에 주권자인 국민의 뜻을 거스리지 않는 양심에 따른 정의로운 결정을 내리라는 것과 국가 비상사태를 엄중하게 받아들여 신속하고 빠른 진행이 이뤄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본행사에서 가수 이은미는 무대에 올라 애국가를 불러 집회참가자들의 떼창을 이끌어냈고 가수 권진원은 '살다보면', '아리랑'을 불러 눈길을 끌었다.

자유발언대에 오른 직장인 김태형씨는 "앞으로 모든 사람들이 같은 출발 지점에서 시작할 수 있는 공정한 사회가 만들어지길 바란다"면서 "지난 9일 박 대통령 탄핵안 투표가 결정되는 날에도 연차를 내고 국회 앞으로 나가서 집회에 참여했고 앞으로는 헌재 앞에서도 집회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o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됐음에도 불구하고 집회 열기가 식을 줄 모르는 가운데 '촛불민심'은 이제 헌법재판소를 향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최종 운명이 헌법재판관 9명의 손에 달렸기 때문이다.

이들 중 6명 이상이 탄핵을 찬성할 경우 박 대통령은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지만 기각 처리될 경우 탄핵은 곧바로 폐기된다. 때문에 앞으로의 '촛불민심'은 그동안 보수적인 판결을 내려온 헌재의 탄핵 결정을 최대한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퇴진행동 관계자는 "우리는 스스로 깃발이 되어 민주주의를 전 세계에 이야기하고 있다"면서 "촛불은 광화문광장과 청와대, 국회를 너머 헌법재판소 앞에서도 뜨겁게 타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o 외신들은 10일 열린 7차 촛불집회가 축제 같은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AFP통신은 "대규모 집회의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축제 같았고 시민들은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과 검찰 수사를 받을 것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AP통신은 "12년 전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가결 뒤 수천명의 군중이 노 대통령을 위한 촛불집회에 참여했지만, 오늘은 반대로 시민들은 자부심이 넘쳤고 망가진 한국의 민주주의를 매주 대규모 집회를 통해 손수 바로잡았다고 믿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헌재 심리와 관련해서는 "2004년엔 탄핵에 이를 만큼 사안이 위중하지 않다고 판단해 탄핵안을 기각했지만, 이번에는 혐의가 훨씬 중대하므로 탄핵안이 부결될 가능성은 작다고 여겨진다"고 전했다.

중국의 관영 신화통신은 탄핵 이후 박대통령 퇴진 촉구 집회가 열렸다며 집회소식을 전했다. 별도 영문 피처 기사를 통해 현대사에서 한국 시민들은 새 시대를 향한 희망이 군인들의 독재에 빼앗기는 것을 목격해왔다면서 "거리의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새 시대를 의미하는 '서울의 봄'이라는 것이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일본 언론도 탄핵안 가결 이후 촛불집회 소식을 전했다.

NHK는 "참가자들은 '국민의 목소리가 반영됐다'며 탄핵 가결을 기뻐했다"며 "야당이 박 대통령에 대한 혹독한 여론을 의식해 정부·여당과 대립 자세를 무너뜨리지 않으면 국정 혼란은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별도 사설에서 한국인들이 부패가 경제성장의 필요악이라는 인식을 정치에서 몰아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NYT는 박 대통령이 장기간의 군부독재를 이끈 박정희의 딸이라고 지적하고 "그에게서 민주적이고 부패에서 자유로운 버전의 박정희를 본 많은 한국인이 배신감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영국의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독재자 박정희의 딸인 박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성향은 항상 우려의 대상이었다. 아버지의 나쁜 점만 물려받고 좋은 점은 물려받지 못했다"며 "그가 국가를 강압적으로(with a heavy hand) 통치했고 이는 한국에 이득이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특히 박 대통령의 '은둔자적' 성격을 집중 조명한 뒤 "헌재가 탄핵안을 심리하는 동안 직무가 정지된 박 대통령은 유년시절을 보낸 집(청와대)의 담벼락 뒤에 기거하며 운명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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