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등용 기자 =“연기에는 완성과 끝이 없어요. 죽을 때까지 노력하고 공부해야 하는 일이죠.”
연기 인생 60주년을 맞은 배우 이순재는 지난 28일 서울 종로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열린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연극은 ‘배우 이순재 연기인생 60주년 기념사업회’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공동 주최하는 작품이다.
강산이 여섯 번이나 바뀌는 긴 세월동안 한 우물을 꾸준하게 파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는 “과거 30~40년동안 어떤 계기를 갖고 연기를 했던 적은 없다. 우연히 계속 하다 보니 지금까지 온 것 같다. 이런 기념 공연까지 만들어줘 송구스럽고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세일즈맨의 죽음’은 현대 희곡의 거장 아서 밀러의 대표작이다. 이순재는 극 중에서 평범한 가장 역할인 윌리 로먼을 연기한다.
그는 “이 작품은 1978년에 처음 했었는데, 너무 어려운 작품이었다. 그때는 50대라 아마 이해하지 못한 부분도 있었을 것”이라며 “2000년과 2012년에도 했었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그동안 놓쳤던 부분들을 보완해서 원작에 충실한 연기를 할 것”이라고 각오를 나타냈다.
이번에 이순재는 2시간40분가량의 공연 시간동안 500마디가 넘는 대사를 소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누구보다 연습실에 일찍 도착해 대사를 암기하고 대본을 연구한다.
연극 ‘사랑별곡’에 이어 이번 연극에서도 이순재와 호흡을 맞추게 된 배우 손숙은 “배우에게 나이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이순재 선생님의 나이는 80세가 넘었다”며 “넘치는 에너지가 어디서 나올까 싶더라. 정말 대단하다. 80주년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웃었다.
그동안 수많은 연극과 드라마, 영화에 출연하며 쉴 틈없는 활동을 이어왔지만 이순재에게 쉼표는 없다. 그는 “연기를 하려면 암기력이 중요하다. 내 스스로 판단했을 때 암기가 안 된다 싶으면 관둘 것이다. 내 스스로 가장 잘 알 수 있다.”며 남은 인생 연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보였다.
그는 성공을 꿈꾸는 어린 배우들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예나 지금이나 연기를 하겠다고 이 바닥에 들어오는 사람은 처절한 각오를 해야 합니다. 옛날에는 돈 한 푼도 받지 못했는데, 요즘은 출연료도 조금씩 받고 하니 나아졌다고 볼 수 있지요."
그는 “그래도 연기란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평생을 해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면서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찾아나가는 데 의미가 있다. 어느 정도 해서 끝났다고 하면 나태해질 수 밖에 없고 재미도 없을 것이다. 항상 새로운 도전의 시작이란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일즈맨의 죽음’은 12월13일부터 22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배우 이문수, 맹봉학, 김태훈 등이 출연하며 이순재가 세종대학교에서 가르친 학생들도 함께 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연극인들이 배우 이순재에 대해 쓴 책도 곧 출판된다. 12월15일 출판기념일에는 그와 관련 다큐멘터리도 상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