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차 촛불집회 이모저모] 일부 시민단체 청와대 향해다 제지… 인근 숙박업소 때아닌 호황

2016-11-27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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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조득균 기자 = 지난 26일 전국에서 열린 5차 촛불집회에는 첫눈과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190만 여명의 시민들이 집결했다.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가 시작된 후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 전국 110여개 총학생회와 학생단체로 구성된 '박근혜 정권 퇴진을 위한 전국대학생시국회의' 대학생과 시민 1000여명은 이날 밤 9시 30분께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출발해 사직로와 자하문로를 거쳐 청운효자동주민센터까지 행진했다. 청운효자동 주민센터는 청와대에서 불과 200여미터 떨어져 있다. 낮 기자회견이 아닌 한 밤 중 집회를 벌이는 시민들에게 이 공간이 열린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애초 경찰은 이날 행진과 집회에도 금지를 통고했지만, 서울행정법원이 대학생시국회의가 낸 ‘경찰의 집회 행진 금지 처분 집행 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며 야간 청와대 인근 집회가 이뤄졌다.

○… 일부 시민단체 회원들이 접근이 금지돼 있는 북악산을 통해 청와대로 향하다 연행되는 소동도 발생했다. 27일 서울 종로경찰서 등에 따르면 민권연대 소속 회원 4명은 지난 26일 오후 10시쯤 북악산을 넘어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려다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에 의해 제지, 검거됐다. 이들은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구역 내에서 '박근혜는 퇴진하라' 구호를 외치는 등 집회를 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들에 대해 다른 범죄 혐의점이 있는지 등을 조사해 추후 입건 여부를 검토키로 했다.

○… 청와대를 동·남·서쪽으로 포위하듯 에워싸는 '청와대 인간띠 잇기'가 처음으로 실현됐다. 서쪽 신교동로터리는 청와대에서 약 200m, 남쪽 창성동 별관은 약 460m, 동쪽 세움아트스페이스는 약 400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경찰은 애초 이들 경로에서 광화문 앞 율곡로 북쪽에 해당하는 구간은 행진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주최 측이 이에 반발해 낸 집행정지 신청을 전날 법원이 일부 받아들여 청와대 인근까지 행진이 가능해졌다.

○… 각종 패러디도 등장해 호응을 이끌어 냈다. 주최 측은 각종 인기 가요를 개사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했다. 또 최순실과의 관계를 풍자했고,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뮤직비디오에 박 대통령의 얼굴을 합성해 선보이기도 했다. 집회 현장 한켠에선 박 대통령이 병원에서 사용한 가명 '길라임'을 패러디한 장면도 연출됐다.

○… 광화문 일대 편의점들의 제품 판매량도 함께 증가했다. 편의점 CU의 양초 판매량은 지난 12일과 19일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14.0%, 215.9% 신장했다. 아울러 세븐일레븐의 양초 판매량은 전주(12일)와 비교해 424.9% 증가했다. 간편식으로 먹을 수 있는 도시락도 52.8% 늘었다. 반면 '성난 민심'으로 해석됐던 주류의 판매량은 절반가까이 줄었다. 같은 기간 맥주 판매량은 45.0%, 소주와 종이컵은 각각 75.5%, 48.7% 급감했다.

○… 광화문·시청 인근 숙박업소도 때아닌 호황을 맞았다. 가족 단위 촛불집회 참가자들의 예약이 몰린 덕분이다. 광화문 광장이 바로 내려다보이는 더 플라자 호텔은 400여개 26일 객실 예약률이 85~90%에 달했다. 호텔 관계자는 "11월달이 연말 호텔 성수기이지만, 촛불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서울광장이 보이는 객실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코리아나 호텔의 경우 일부 스위트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예약이 마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 청와대 인접 경로 행진은 오후 5시 30분까지로만 제한했다. 대다수 참가자는 이후 광화문 광장으로 돌아갔으나 일부가 남아 경찰과 대치하며 청와대를 향해 시위를 계속했다. 경찰은 행진 시한을 넘긴 시위대에 여러 차례 해산명령을 했으나 인도로 밀어 올리는 데 주력하고, 충돌은 가능한 한 피하는 모습이었다. 신교동로터리 남쪽 통의로터리에서는 이동하던 시위대와 경찰이 한때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 전국 곳곳에서도 날씨를 아랑곳하지 않은 촛불집회가 잇따라 열렸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는 물론 부산, 광주 등 주요 지역에서 만만찮은 규모의 집회가 이어졌다. 대구에서는 주최 측 추산 5만명(경찰 추산 7천명)이 모였다. 부산에서는 주최 측 추산 15만∼20만명(경찰 추산 1만∼5만명)이 집결했다. 또 대한민국 최서남단 흑산도에서도 주민 100여명이 촛불을 밝히고 자유발언을 통해 박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다.

○… 사상 유례없는 전국 190만 촛불 행렬이 이어졌지만 시민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비폭력, 평화적인 질서를 유지했다. 경찰 차벽은 또 한번 시민들이 피워낸 평화의 꽃으로 가득했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쓰레기봉투를 드는 건 이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모두가 절대 과격하지 않고, 부드럽지만 강한 집단 양심으로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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