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불경기에 중국 ‘고급술의 대명사’인 마오타이(茅台) 제품 가격도 연일 급락하고 있다. 중국증시 대장주 '구이저우마오타이' 주가도 덩달아 연중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는 모습이다.
석 달 새 도매가 17%↓···주류 매입상도 꺼린다
중국 바이주 가격사이트 '진르주자(今日酒價)'에 따르면, 중국 마오타이의 주력 상품인 53도짜리 페이톈(飛天) 500㎖ 제품 평균 도매가는 14일 기준 병당(낱개) 2230위안(약 42만5800원)까지 하락하며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석 달 전까지만 해도 2685위안이었는데, 석 달 사이에 가격이 17% 가까이 빠진 것이다.
주류 매입상들도 최근엔 마오타이주 매입가를 병당 2200위안까지 낮췄다. 베이징의 한 주류 매입상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난달과 비교하면 매입가가 200~300위안이 떨어졌다"며 "앞으로 가격이 더 내려갈지 오를지 솔직히 예측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심지어 일부 매입상들은 최근 가격 하락으로 손해 입을 것을 우려해 당분간 마오타이 매입을 중단했을 정도다.
주가도 곤두박질···지난주 외국인 순매도 1위
중국 증시에서 구이저우마오타이 주가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중국 상하이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4일 구이저우마오타이는 주당 1555위안으로 마감했다. 이날 장중 1520위안까지 떨어지며 연중 최저치도 기록했다. 마오타이 주가는 지난 한 주에만 5.5% 이상 하락하며 시가총액이 일주일 새 1000억 위안 이상 증발했다. 외국인도 지난주에만 마오타이 주식을 모두 37억1100만 위안어치 순매도하며, 마오타이는 이번주 외국인이 가장 많이 내다판 종목 1위를 기록했다. 마오타이는 외국인 기관투자가가 가장 사랑하는 중국 본토 주식종목으로 잘 알려져 있다.
중국 불경기 속에 마오타이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약 10% 하락했다. 같은 기간 중국 증시 벤치마크 지수인 CSI300지수가 3.2% 상승한 것과 비교된다.
사실 중국 국빈 만찬의 접대 술로 꼽히는 마오타이는 워낙 브랜드 가치가 높고 희소성이 있어서, 중국에서는 투자 자산 대접을 받을 정도로 술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간 경기 침체에도 별 영향을 받지 않아 투기꾼들의 사재기가 끊이질 않았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내수 부진의 여파로 고급 술 시장도 충격을 받은 셈이다. 중국 가계 자산의 70%가 부동산에 묶여 있을 정도로, 부동산은 중국인의 소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내수부진에 소비 '뚝'···공동구매 물량 늘린 게 원인
그만큼 중국 내수 부진은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달 초 단오절 연휴(8~10일) 중국인 소비 지출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티그룹은 이번 단오절 연휴 관광객 수와 총지출은 늘었지만 1인당 평균소비는 2019년과 비교해 12.3% 줄었다고 집계했다.
중국 내수경기를 나타내는 소매판매 지표도 계속 악화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 소매판매는 지난 4월 2.3% 증가하는 데 그치며, 증가폭으로는 16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소매판매 증가율은 지난해 11월 10.1%를 찍은 이후 12월(7.4%), 1~2월(5.5%), 3월(3.1%), 4월(2.3%)로 다섯 달째 둔화세를 이어왔다.
다만 일각에선 마오타이 가격이 급락한 것이 소비 부진 이외에 다른 영향이 있다고도 진단했다. 중국 증권시보는 최근 마오타이그룹이 직접판매 비중을 늘리고 전자상거래 판매 경로를 넓힌 데다가 올해 상반기 대형 국유기업 중심으로 마오타이 공동구매 물량이 많아 시장에 저가 마오타이 제품이 많이 풀려 가격이 하락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추가 하락을 우려한 투기꾼들이 사재기한 물량을 쏟아내면서 가격이 가파르게 하락했다며, 투기꾼의 과잉 물량이 해소되면 가격은 다시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고 중국 인허증권은 분석했다.
마오타이그룹 차원에서도 현재 온라인 예약구매를 통해 공식 소비자판매가인 병당 1499위안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는 정책을 잠정 중단하는 등 저가 마오타이 공급 물량을 줄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