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글로벌 식품기업이 유독 한국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자신감과 그동안의 경험으로 기존 방침을 고수하다보니 오히려 현지화 전략에 실패한 것이다.
글로벌 식품기업이 헤매는 동안 국내기업은 꾸준한 품질경쟁과 탄탄한 유통망, 브랜드 이미지 제고 강화를 바탕으로 격차를 더욱 벌리고 있다.
지난해 칠성사이다의 시장점유율은 74%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했다. 매출액은 3700억원에 달했다. 반면, 스프라이트는 16%, 세븐업은 2%에 불과했다.
글로벌 1위 종합식품기업인 네슬레도 동서식품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하고 한국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동서식품이 커피믹스와 인스턴트 원두커피 시장을 닦아놓으면 네슬레가 뒤늦게 제품을 내놓으면서 주도권을 빼앗긴 것이다.
현재 커피믹스 시장에서 동서식품의 시장점유율은 80%를 훌쩍넘는다. 남양유업도 10% 안팎을 차지하며 선전하고 있지만, 네슬레의 점유율은 5%에 불과하다.
인스턴트 원두커피 시장도 마찬가지다. 동서식품은 국내 소비자들의 원두커피 소비량이 늘고 있다는 점을 빠르게 간파하고, 간편하게 마실 수 있는 인스턴트 원두커피 시장을 새롭게 개척했다. 이같은 노력으로 동서식품 카누의 점유율은 80%에 달하는 반면, 후발주자로 시장에 뛰어든 네슬레의 수프리모 크레마는 10% 내외를 보이고 있다.
세계 1위 발효유사 다논도 한국에서 체면을 구긴 케이스. 이 회사는 세계 1위 요거트 브랜드 액티비아를 보유하고 있지만 빙그레 요플레에게는 큰 격차로 밀리고 있다.
요플레는 지난해 매출 1400억원, 총 3억6000만개가 팔리는 등 30년간 떠먹는 요거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은 치열한 내수시장에서 제품경쟁력을 바탕으로 성장한 데다가 국내 정서에 맞는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쓰는 반면, 다국적 기업들은 소극적인 편"이라며 "제품 개발과 개선면에서도 글로벌 기업은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국내 기업에 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