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유선준 기자 =국정농단의 장본인 최순실씨와 공범으로 지목된 박근혜 대통령의 대면조사 여부를 놓고 갈등을 빚었던 검찰과 청와대 간 '힘겨루기'가 지난해 각종 논란 속에서 성사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건으로까지 번졌다.
검찰은 삼성물산 대주주였던 국민연금공단이 삼성 측 손을 들어주는 대가로 삼성이 최씨를 지원했는지 조사 중이다. 삼성이 청탁의 대가로 최씨를 지원했다면 박 대통령과 삼성에게 ‘3자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23일 오전 8시40분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공단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을 기금운용본부 투자위원회에서 결정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또 전북 전주에 있는 국민연금공단 본사와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 사무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도 압수수색했다.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사무실이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 합병 당시 두 회사 합병 비율이 제일모직 최대 주주인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그룹 오너 일가에 유리하고, 삼성물산 일반 주주에게는 불리하다는 지적이 나왔었다.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이 합병 반대 세력을 모으면서 삼성그룹은 지배 구조 개선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당시 삼성물산 지분 10%를 가졌던 국민연금이 찬성하면서 합병안이 가결됐다.
검찰은 조만간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과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을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삼성 측의 민원이 청와대에 전달되고 다시 국민연금의 결정에 영향이 끼친 것으로 밝혀진다면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박 대통령과 삼성에게 적용할 방침이다.
그동안 삼성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204억원을 냈고, 승마협회 지원 프로그램 형식으로 최씨 측에 35억원을 보냈다. 또한 삼성은 최씨 조카 장시호씨가 실소유주로 의심되는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5억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최근 검찰은 두 재단 설립과정에서 정부에 대가를 바라고 800억원에 가까운 거금을 출연한 의혹을 받는 대기업들에겐 "불이익이 두려워 강제 모금에 동참한 것"이라며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일단 적용하지 않았지만 대기업 수사도 병행할 방침이다.
이를 두고 법조계는 검찰이 대기업들을 다시 수사하는 것은 박 대통령에게 3자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하기 위한 방책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 측이 박 대통령 대면조사 요청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검찰로서는 강력한 '역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날 검찰은 청와대 측에 오는 29일까지 박 대통령 대면조사에 응하라고 요청했다. 이는 피의자로서 박대통령에 대한 첫 대면조사 요청으로 검찰이 이번에도 청와대 측의 협조를 받지 못할 경우 '강제수사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