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청와대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의 국정개입을 규명하기 위한 특별검사법안과 국정조사계획서가 17일 국회를 통과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은 103건의 법안과 함께 해당 안건 2건을 추가로 상정했고 이후 표결에 따라 가결됐다.
야당이 후보 추천권을 가지도록 명시함에 따라, 민주당과 국민의당에서 특별검사 후보를 각각 추천하면 대통령이 임명하는 수순을 밟는다. 이후 특검은 특별검사보 4명, 파견검사 20명, 특별수사관 40명으로 구성돼 최장 120일간 수사를 진행하게 된다. 마침 '최순실 사태'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도 이날 첫 회의를 열고 비박(비박근혜)계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을 위원장으로 선임했다.
하지만 이처럼 특검법이 통과되기까지 국회에서는 진통이 컸다. 야당에만 주어진 후보 추천권 때문이었다.
권성동 법제사법위원장은 전날 "특검이 야당에서 추천하면 야당에 편향적인 정치검찰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며 중립성을 이유로 해당 법안에 반대했다. 여당 의원들도 이에 동조하면서 법사위는 전날 소위원회 파행에 이어 본회의 개의 시점까지도 정회를 거듭했다.
법사위 회의에서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이 법안은 오늘날 우리 국민들이 들불처럼 광장에서 촛불을 켜는 정서에 기초한 법안"이라며 "여야 간 합의된 이 법안만은 통과시켜달라고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말했다.
이춘석 민주당 의원 역시 "특검법을 해야할 지 말 지 선택권은 국회에 주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면서 "광화문의 국민들 요구를 어떻게 담아낼 것이냐가 핵심이며, 위원장이 개인소신에 반한다는데 법사위는 국민들의 법사위고 국회, 법사위원 전체의 법사위"라고 역설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 순간을 모든 국민들이 지켜보고 우리들의 발언은 역사에 기록된다"면서 "국민의 요구와 이 시국을 풀어가는 데는 여야가 합의한대로 특검법을 법사위에서 통과시키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오늘 법안이 통과되면 촛불에 밀려 원칙을 저버린 법사위 오욕의 역사로 남게 된다"면서 "촛불은 촛불일 뿐이지 바람이 불면 다 꺼진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처음부터 편파적인 특검은 그 결과도 편파적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같은 당의 여상규 의원 역시 "정치적 중립성은 특검 제도의 본질적 요구"라며 "야당에게 추천권을 준 이 특검법을 저는 도저히 동의할 수 없고, 여야 합의의 산물인 상설특검법의 특검추천권 규정대로 하는 것이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약 30분 가량 정회 끝에 권선동 위원장은 회의를 다시 열고 "위원장으로서 결심했다"면서 "이 법을 법사위에서 통과시켜서 본회의에 회부하는 게 위원들의 뜻을 존중하는 길이라고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다만 권 위원장은 "저는 앞으로 우리당이 야당이 되어 특검 법안을 발의하더라도 야당에서만 추천하는 특검 임명은 반대할 것"이라며 "이렇게 돼야 나라가 바로 간다"고 주장했다.
한편 본회의에서는 이밖에 신용카드로 과태료 납부를 가능케 하고 체납된 과태료 가산금을 낮춘 '질서위반행위규제법 일부 개정법률안'과 교차로 외 도로에서 긴급차량 접근 시 우선통행할 수 있도록 진로양보를 의무화하는 내용 등이 담긴 '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103건의 안건이 함께 통과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