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2020년 이후 선박 배출가스에 대한 국제 규제가 강화될 것에 대비해 정부가 친환경 LNG(액화천연가스) 추진선박과 관련한 신산업 육성에 나선다.
조선사가 LNG 선박 건조 역량을 높이고 해운사는 이런 선박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도록 정부가 지원한다. 또 LNG 선박이 입항할 수 있도록 국내 항만의 기반시설을 확충하기로 했다.
현재 국제적으로 운항하는 전 세계 선박은 국제해사기구(IMO) 국제협약에 따라 황산화물(SOx) 함유 비율이 3.5% 이하인 선박유를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규제가 2020년부터 한층 강화된다. IMO가 지난달 해양환경보호위원회 회의에서 선박유의 황산화물 함유 기준을 0.5% 이하로 조정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청정 연료인 LNG 선박 도입이 전 세계적으로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새로운 환경 규제에 맞춰 유황 함유율이 낮은 디젤유를 사용하거나 기존 연료인 벙커C유를 그대로 쓰면서 탈황장치를 부착하는 방법이 있지만, 경제성이 떨어지고 환경적인 효과가 작아 LNG 선박 도입이 더 경쟁력 있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실제 유럽, 미국, 싱가포르 등을 중심으로 LNG 추진선박 도입과 LNG 벙커링 환경 조성 작업이 본격화하고 있다.
올해 3월 기준으로 컨테이너선 2척을 포함해 총 77척의 LNG 추진선이 유럽 등에 도입됐고, 85척(컨테이너선 18척·카페리 13척)은 현재 건조 중이다.
주요 컨테이너선사들은 LNG 추진선박으로 개조 가능한 LNG 레디(ready) 선박을 발주했으며 머스크, UASC는 올해 선박용 LNG 공급 MOU를 체결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잠재적인 선박 교체 수요가 있으나 높은 선가, 관련 서비스 인프라 부족 등으로 LNG 추진선이 1척(인천항만공사 소유)에 불과하다.
조선사들은 중동, 유럽 등으로부터 LNG 추진선을 수주하긴 했으나 국내 선사 발주는 2척에 불과하고 외국 기업에 핵심기자재를 의존하는 한계를 안고 있다.
국내 항만 역시 부산항을 중심으로 LNG 벙커링 기지로 발전할 가능성은 있지만 전용 터미널이 없고 서비스 제공 기반이 미흡한 상태다.
정부는 우선 건조비 상승, 인프라 부족 등으로 초기 민간의 LNG 추진선 발주가 어려운 점을 고려해 공공기관의 시범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 지자체, 공기업 등의 관공선 일부를 LNG 추진선으로 건조하고 향후 규모를 확대해나간다는 방침이다.
또 LNG 추진선의 항만시설 사용료를 감면하고 국내 건조 선박의 등록·보유와 관련한 세제 지원을 검토하기로 했다.
2조8000억원 규모의 선박 신조 지원 프로그램과 1조원 규모의 에코쉽 펀드, 연안여객선 현대화펀드 등 기존 제도도 적극 활용한다.
조선업의 경우 LNG 추진선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기자재를 국산화하도록 연구개발(R&D) 사업을 집중 지원하기로 했다.
전문인력 양성 차원에서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가 최근 완료한 수요조사 결과를 토대로 친환경선박 관련 신규 교육훈련사업을 개설할 예정이다.
항만 분야는 단기적으로 기존 LNG 공급체계를 보완해 활용하되 중장기적으로는 벙커링 설비가 미비한 부산항, 울산항 등 주요 항에 별도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특히 부산항은 총 6000억원의 민간 자본을 들여 2025년까지 LNG 벙커링 시설을 구축할 예정으로, 내년 사업계획을 확정한 뒤 2018년부터 본격 착수한다.
정부는 2025년까지 국내 발주선박 중 LNG 추진선의 비율을 10%(20여척)로, 세계 건조 시장 수주율을 70%로 높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국내 항만 5곳을 LNG 벙커링이 가능하도록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김영석 해수부 장관은 "해운업 경쟁력 강화, 조선산업의 고부가가치화, 새로운 항만서비스 제공, 대기환경 개선 등 네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