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4차 산업혁명으로 도래할 '산업 4.0시대'는 혁명일까 단순한 붐일까.
최근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가 언론을 통해 넘쳐 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던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새로운 산업혁명이라고 한다면, '무엇'이 산업구조를 변화시키고, 그 결과로 우리 사회의 '어떤 점'이 변하는 것일까.
4차 산업혁명은 올해 초 46주년을 맞은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밥 회장이 포럼 창립 이래 최초로 채택한 '과학기술' 분야의 주요 의제로 디지털 기기와 인간, 그리고 물리적 환경의 융합으로 펼쳐지는 새로운 시대를 일컫는다.
◆ 산업 4.0시대, IoT와 AI가 이끈다
세계 최대 제조업 국가인 독일이 제조 혁신을 위해 제시한 '인더스트리 4.0'은 한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에게 큰 임팩트를 안겼다. 이 세계적 흐름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정부와 국내 기업들은 정보통신기술(ICT)과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먼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IoT는 가전 분야에서 그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그렇다고 IoT를 탑재한 가전제품들이 비약적으로 기술 혁신을 일으킨 것은 아니다. 모든 전자기기가 인터넷에 연결되는 IoT 시대에는 제품의 기능보다 단가를 낮추는 것이 중요하며, 제품의 부가가치는 기능이 아니라 서비스에서 창출된다. IoT 시대의 소비자들은 기능과 서비스를 이용한 만큼 대금을 지불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미 IoT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폰과 함께 TV,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인터넷과 연결된 가전제품들은 요금지불 시스템의 확립을 통해 서비스 위주로 수익 방식이 변하고, 단순히 제품을 사고 팔던 기존 방식은 서서히 사라져갈 것으로 예상된다.
AI의 보급은 모든 산업 영역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AI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견인하기도 하지만, 기존 산업의 효율화도 가져다준다.
현재 전 세계에서 AI를 선도하는 국가는 미국으로, 전문가들은 한국이 AI로 미국과 정면승부하기엔 역부족이라고 입을 모은다. 비록 AI의 알고리즘 개발과 데이터 분석 기반을 제공하는 순수한 AI 기술로는 승산이 없지만, AI 기술에 각 산업 분야의 강점을 융합시켜 응용한다면 우리에게도 기회가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기업들의 강점인 하드웨어에 AI 솔루션을 연계시킬 기술의 필요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
◆ 산업 4.0시대, 한국의 강점 ICT 활용해 이끌어야
독일은 제조업이라는 관점에서 산업의 미래를 그려나갔으며, 미국은 IT산업의 관점에서 공세를 가하고 있다. 한국은 독일과 미국을 단순히 추격하는 것이 아닌 우리만의 강점인 ICT를 활용한 산업 4.0시대를 이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소프트웨어라는 측면에선 국내 기업들의 기술력이 미국이나 유럽의 IT기업을 압도할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하드웨어 측면에선 삼성전자, LG전자 등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IT기업이 전 세계를 상대로 경쟁력을 갖추고 최첨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다시 말해 제조업에서 출발한 IoT 영역에선 충분히 세계를 선도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세계를 선도하는 국내기업들이 기존의 제조업을 통한 수익 모델에서 탈피하고, 통신 등 ICT 인프라를 기반으로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융합시켜 차세대 IoT 플랫폼의 표준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전문가들은 국내기업이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서두르고, 국내·외 IT 기업을 망라하는 생태계를 만들어 한국의 강점인 ICT를 활용한 제조와 서비스를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춘다면 산업 4.0시대를 충분히 대비하고 이끌어 갈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산업 4.0시대는 제조업 뿐만 아니라, 모든 서비스업까지 포괄한 방대한 시장이 인터넷을 매개로 전 세계에서 펼쳐지는 시대다. 이와 같은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해 필요한 ICT 인프라와 혁신기술, 서비스 창출을 위한 노하우를 두루 갖춘 국내 기업들에게 산업 4.0시대의 문은 활짝 열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