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은숙 기자 =미국 언론과는 척을 지고 있는 미국의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러시아의 언론에겐 적극적 지지를 받고 있다. 친정부 성향의 러시아 신문들은 연일 트럼프에 대해서 긍정적인 보도를 하고 있으며, 힐러리 클린턴에 대해서는 비판을 서슴지 않고 있다고 영국방송인 BBC는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나느 클린턴이 저주받은 마녀라고 공식적으로 말하겠다"고 러시아의 국회의원인 비탈리 밀로노프는 최근 인기있는 타블로이드 신문인 콤소몰스카야 프라브다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이에 덧붙여 "때문에 다소 우스꽝스럽지만 트럼프가 더 낫다"고도 말했다.
러시아 언론들은 도널드 트럼프를 미국 선거의 아웃사이더로 묘사하면서, 그의 친러시아적 성향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국영신문인 로시스카야 가제타는 "그(트럼프)에 맞서던 정치적 세력들은 패배했다"면서 "트럼프의 연설들은 가식이 없으며, 보수 기득권 정치인들이 보여주는 정치적 위선이 없다. 그는 미국의 심화된 구조적 위기가 불러온 불만들을 제대로 짚어냈다"고 평가했다.
또 미국에서는 11년전 녹음된 음담패설이 공개되면서 트럼프는 분노와 비난을 받았지만, 러시아 미디어는 이를 두둔하고 나섰다. 모스크바 대학의 한 학자는 타블로이드 신문인 네자비시마야 가제타(Nezavisimaya Gazeta)에 "커피 한잔을 놓고 할 수 있는 정도의 이야기"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콤소몰스카야 프라다는 트럼프의 녹음테이프 폭로를 이메일 해킹과 비교하면서 "민주당의 서버를 해킹하는 것은 안되는 일이고 남이 사적인 대화를 녹음한 것은 괜찮다는 것이냐?"고 비난하기도 했다.
지난달 중순에는 대표적 친정부성향의 앵커인 드미트리 키세레프가 미국 소설가인 마크 트웨인의 '주지사 출마 (Running For Governor)' 일부를 발췌해 읽으면서 미국의 선거의 부정부패가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식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또 지난 30일 미국의 선거는 "직접적이지도, 평등하지도, 투명하지도 않으며, 모든 이들을 투표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조작될 수 있는 여지가 너무 많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일부 러시아 언론에서는 트럼프 암살설까지 들고 나오기도 했다. 이번주 콤소몰스카야 프라브다는 비슷한 종류의 보도를 하면서 "존 F 케네디와 같은 종류의 시나리오를 배제할 수 없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러시아 언론들은 미국 대선은 조작된 것이 틀림 없으며, 결과적으로 선거 이후에도 미국은 장기간 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BBC는 지적했다.
한편 CNN은 2일 논평을 통해 "트럼프가 선거가 조작됐다고는 주장하지만, 정작 미국 대선을 조작하고 있는 것은 러시아이며, 트럼프 역시 자신이 의도적이던 그렇지 않던 간에 그들의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