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재윤 기자 = 청와대 '비선 실세'로 지목되고 있는 최순실이 대기업들에 대한 강제모금 의혹을 받는 K스포츠재단의 운영에 직접 관여한 것으로 보일만 한 메모가 발견됐다.
2일 노컷뉴스에 따르면 이 메모는 K스포츠재단 회의 석상에서 태권도 시범단 설립과 남북교류사업 등 재단이 추진하는 역점 사업의 진행경과와 향후 협의 내용 등을 담아 최순실에 의해 작성돼 정현식 전 사무총장 등에게 넘겨졌다.
최순실은 미르 재단, K스포츠재단 등 논란의 중심에 있는 재단들의 설립과 운영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K스포츠재단과 관련한 이번 메모가 처음으로 공개되면서 그녀의 주장은 점차 신뢰를 잃고 있다.
최순실의 자필 메모는 현재 검찰에 제출된 상태다.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은 지난 1일 "최순실 씨가 대기업을 상대로 출연금 사용처를 설명하라고 작성한 지시 메모"라며 최순실의 자필 메모를 공개하고, "메모는 기업들과의 간담회를 앞두고 작성됐다"고 설명했다.
'개도국 관련 태권도 시범단 설립 사업'이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나와 있는 이번 메모는 박근혜 대통령이 6박 8일간의 일정으로 워싱턴핵안보정상회의와 멕시코 공식방문 일정을 소화하기 보름 전에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노컷뉴스는 보도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멕시코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이어 4월 3일 현지에서 K팝과 태권도, 양국 전통음악 협연 공연 등을 관람했다. 5월 2일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순방에 맞춰 K스포츠재단 태권도팀 'K스피릿'이 동행해 테헤란에서 시범을 펼쳤다.
최순실이 작성한 자필 메모 지시사항이 한두 달 사이에 남미와 중동에서 실제 벌어진 것이다.
이번 메모에서 두 번째로 적혀있는 '남북교류 (중국) 단둥 체육 행사'는 K스포츠재단의 주요사업목적 가운데 하나로, 재단 설립에 주도적 역할을 한 김필승 이사가 실제로 단둥을 다녀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마지막으로 언급된 '인재양성 5대 거점지역'은 K스포츠재단이 3월에 추진하던 지역 스포츠 시설 확보 사업이다.
배드민턴과 핸드볼, 야구, 축구, 육상 등 메달전략 종목과 육성 지원 종목을 구분해 거점지역에 장기 임대 스포츠시설을 확보한 뒤 체육인재를 육성한다는 목표를 가진 사업으로 최순실이 재단 주력 사업들을 일일이 확인했음을 보여준다.
이번 메모가 최순실이 직접 작성한 것이 맞는다면 "K스포츠재단의 실소유주는 최순실"이라는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의 폭로가 사실로 확인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