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칼럼] 정치자금과 전경련의 자가당착

2016-11-0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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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수 부국장 겸 산업에디터

김종수 부국장 겸 산업부장

1976년 1월 8일, 마오쩌둥(毛澤東)을 도와 오늘날 중국의 토대를 마련한 저우언라이(周恩來)총리가 별세했다. 동서 냉전이 한창이었던 당시, 국제연합(UN)은 뜻밖에 그를 추모하는 조기를 게양했다. 쿠르트 발트하임 UN 사무총장은 두 가지 이유를 들어 설명했다. “첫째, 중국은 문명고국으로 금은재화가 부지기수로 많다. 저우언라이 총리는 생전에 한 푼의 저축도 하지 않았다. 둘째, 중국의 10억 인구는 세계 인구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저우언라이 총리에게는 한 명의 자식도 없었다. 만약 어느 나라 원수든 앞으로 이 두 가지 중 한 가지에만 부합돼도 그가 서거하는 날 UN은 반드시 조기를 게양할 것이다."

조직이나 국가는 태생적으로 완전무결할 수 없다. 지향하는 바가 모든 이해당사자들의 공감을 얻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조직이나 국가가 존재할 수 있는 건 리더의 리더십 덕분이다. 저우언라이 총리는 나라와 인민을 위해 자신보다 서열상 아래이던 마오쩌둥을 1인자로 올리고 영원히 2인자이기를 자처했다. 오늘날 중국이 미국과 함께 세계 정치·경제를 좌우하는 국가로 도약하는데 큰 힘의 원천이었다. 중국 인민들은 올해로 서거 40주기를 맞은 그를 잊혀진 2인자가 아닌 1인자보다 더 위대한 인물로 아직도 기억하며 존경하고 있다.

온 나라가 '최순실 게이트'로 충격에 빠진 가운데 재계의 대표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연초 어버이연합에 종교단체 명의의 차명계좌를 통해 억대 자금을 지원해줘 구설수에 오르더니, 최근에는 미르·K스포츠 재단 기금 모금을 주도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1961년 창립 이래 처음으로 검찰의 압수수색까지 당했고, 상근부회장 등 간부들은 국회 국정감사에 불려나간데 이어 검찰 수사까지 받고 있다. 정경유착의 통로로 전락했다는 비난을 받으면서 국회와 사회단체들로부터 ‘해체’ 요구가 거세다.

‘정경유착’은 전경련 태생부터 달고 다닌 오명이다. 창립과 동시에 정기적으로 정치자금을 제공한 이유로 비난을 받아온 전경련은 노사 갈등이 한창이던 1980년대에는 정부를 통해 노조활동을 탄압한 뒤 대가를 제공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1990년대에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IMF 외환위기 때에는 정치권의 입김에 따라 특정 대기업에 유리한 방식으로 산업 구조조정을 획책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사회공헌, 미소금융 등의 방법으로도 자금을 지원했다.

뇌물 주고 특혜받아 공정한 경쟁없이 더 큰 돈을 챙기는 '지대(Rent)추구형 경영의 시대'는 끝내야 한다. 전경련은 말끝마다 이렇게 외쳐왔다. 뇌물없는, 정치자금 제공없는 시대가 오면 최대 수혜자는 당사자들인 회원사들일 것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해체요구에 시달렸던 전경련이 비난속에서도 명맥을 유지한건 오너 총수 회장들의 노력과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런데 최근 사태에서 전경련은 과거와는 다소 다른 형태로 알아서 기는 유착의 추한 모습을 보였다. '2인자’가 청와대측과의 연락책을 자임하고 기업을 불러 미르·K스포츠 재단 기금을 직접 모금했다. 때문에 전경련의 위상은 더욱 추락했고, 한국경제를 이끌어온 재계의 자부심마저 송두리째 무너졌다. 그런데도 전경련은 최근 '당사자'를 중심으로 조직 쇄신안을 마련 중이라고 하니 전경련의 앞날이 정말 걱정이다.

돌이켜보면 5·16쿠데타 이래 고비마다 정치자금 공방이 있었다. 전에 그랬듯이 이번에도 유야무야 될 수도 있을지 모른다. '최순실 회오리'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전경련이 조금이라도 정신차린 모습을 볼 가능성이 없다는 생각이 자꾸 드는건 단지 기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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