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취준생에 '부정청탁' 권유하는 에어부산… 기업 책임 회피?

2016-10-1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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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관련, 조기 졸업 가능하다는 증빙(취업계) 요구

-기업에서는 개인 문제 치부… 취준생들 이리저리 치여

[삽화=김효곤 기자 hyogoncap@]


아주경제 윤태구·윤정훈 기자 =# 최근 한 항공사 취업을 앞둔 대학생 A씨는 고민에 빠졌다. 1차 서류와 실무/임원면접을 통과하고 최종 면접과 체력 검정 등을 앞둔 상황에서 항공사측으로부터 난데없이 입사 시 졸업이 가능하다는 학교 측 증빙문서를 받아오라는 통보를 받은 것이다. A씨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됐다. 주위에서는 취업계를 학교측에 요구하는 것이 '김영란법' 위반이라고들 한다. 더구나 A씨는 아직 합격 여부가 판가름 나지 않은 상황. 더구나 김영란법 적용 대상은 취업계를 내줘야 할 교수다. A씨는 교수에게도 선뜻 말을 꺼내지 못하고 이래저래 속만 타들어가는 상황이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이 취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가운데 일부 기업에서 관련 조항에 저촉되지 않도록 취업준비생으로 하여금 입사시 조기 취업이 가능하다는 학교 측 증빙 문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해 물의를 빚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 저비용항공사(LCC)인 에어부산이 합격자가 아닌 취준생들에게까지 김영란법과 관련해 학기 중 입사가 가능하다는 증빙(취업계)을 요구하고 있어 논란이다.

현재 에어부산은 하반기 승무원 채용을 진행중으로 최종 합격자는 학사 일정이 진행 중인 오는 24일부터 출근하게 된다. 에어부산은 입사 이후 혹여라도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의미로 최종 합격자 발표에 앞서 김영란법과 상관없이 입사가 가능하다는 서류를 제출하라고 취준생들에게 통보했다.

문제는 이 서류 자체가 '부정청탁'을 권유케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학사 일정이 끝나기 전 기업에 합격한 취준생들은 학교에 관행처럼 취업계를 제출해왔다. 취업계는 해당 회사에 합격했다는 증빙을 받아서 학교에서 정해진 양식에 따라 해당 수업 교수에게 제출하도록 돼있다.

하지만 김영란법 시행 이후 이같은 취업계는 부정청탁에 해당한다.

국민권익위원회 해석에 따르면 취업계는 부정청탁으로 간주돼 이를 인정한 교수는 징역 2년 이하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앞서 교육부는 각 대학에서 자율적으로 학칙을 개정, 조기취업 학생에게 학점을 부여할 수 있다는 안내 공문을 보냈지만 대학들은 단기간에 규정을 개정하는 일이 그리 간단하지는 않다는 입장이다.

더구나 학점을 부여하는 것은 교수 개인으로, 부정청탁에 바로 위배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어부산은 김영란법에 전면으로 배치되는 청탁을 취준생으로 하게끔 강요하고 있다. 더구나 합격 여부가 판가름 나지 않은 이들에게 김영란법 직접 적용 대상인 교수들이 취업계를 내줄리는 만무하다.

앞서 기업들이 졸업예정자를 선발해놓고 졸업 전 출근을 요구하는 것 역시 대학의 학사일정을 무시하고 학생들의 수업권 보장이라는 원칙을 흔든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 바 있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증빙서류 요청은) 최종합격 대상자들에게 요청을 할 경우 합격을 하고도 김영란법으로 인해 피해를 보게 되는 대상이 없도록 하기 위해 배려차원으로 실시한 부분"이라며 "채용 대상자들에게 부정청탁을 권유하기 위해서가 아닌 채용 대상자(학생)와 학교 측(교수) 모두 법 위반으로 인해 받을 수 있는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했던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에어부산에 따르면 실제 임원 면접 합격자 중 일부는 학교 측에서 해당 서류를 제공할 수 없어 최종 합격 시킬 수 없었던 이가 있었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향후 채용 대상자들이 혼란을 겪지 않도록 자세하고 명확안 안내 고지와 최종 합격자가 학사 일정 등으로 해당 일자에 입사가 어려운 경우 이후 채용 입사자와 함께 입사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여전히 각 기업에서 이는 학생들의 문제일 뿐이라는 인식이다.

항공업계만 놓고봤을때 국내 최대 항공사인 대한항공 역시 비판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하반기 승무원 모집 자격을 2017년 2월 졸업 예정자로 안내하고 있기 때문에 김영란법 등과 관련된 것은 사실상 학생 개별의 문제다"고 치부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이번 하반기 채용 대상자들이 12월께 입사하고, 교육은 내년 1월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대부분 합격자에게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나마 에어부산과 같은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의 아시아나항공은 최종합격자가 학사 일정 등으로 해당 일정에 입사가 어려운 경우 본인 의사 확인 후 다음 채용 입사자와 함께 입사 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고 있다.

업계에서는 취준생들이 가뜩이나 취업이 어려운데 김영란법으로 인해 또 하나의 고민을 더 떠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일부 취업이 된 이들은 학교측으로부터 다시 학교로 돌아와 학사 일정을 끝마치라고 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취업이 힘든데 마당에 학생들이 김영란법으로 취업계를 내는게 자유롭지 못한 줄 모르는 기업은 없을 것"이라며 "기업에서도 향후 돌아올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서 취준생이 직접 모든 문제를 해결하길 바라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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