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잇따른 대내외 악재로 한국경제가 사면초가에 빠지면서 경제지표가 붕괴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경제는 숫자다'라는 말처럼 최근 경제지표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수준까지 악화하고 있다.
우선 한국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던 수출지표는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 수출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7월까지 19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역대 최장기간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이는 현대자동차 파업에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리콜 사태, 석유제품·석유화학 시설 정기 보수 등이 겹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이 기간 품목별 수출액 증감률을 보면 승용차(-51.9%)와 무선통신기기(-31.2%), 석유제품(-30.8%) 등의 감소 폭이 두드러졌다. 반도체(-5.9%), 자동차부품(-20.3%) 등도 줄었다.
앞으로의 전망은 더 우려스럽다. 16일 코트라(KOTRA)가 발표한 '2016년 4분기 코트라 수출선행지수'는 49.6으로 전분기보다 0.4포인트 하락했다.
이 지수는 50 미만이면 수출경기가 전분기보다 부진해진다는 것을 뜻하는데 최근 갤럭시노트7 생산중단 관련 영향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4분기 수출경기는 더욱 악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수 역시 약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국산 승용차 판매규모는 올 5~6월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로 전년 대비 20% 이상의 급증세를 보였으나 7월 -10.5%로 추락한 뒤 8월 -11.1%, 9월 -10.9%로 3개월 연속 바닥을 헤매고 있다.
백화점 매출액은 6~7월 두 자릿수 증가세에서 8월엔 4.8%, 9월엔 4.2%로 최근 3개월 사이에 증가율이 뚝 떨어졌다. 할인점 매출액 역시 7월 5.8% 증가하며 피크를 보인 후 8월엔 증가율이 0.2%로 크게 둔화되더니 9월에는 -0.4%의 감소세로 돌아섰다.
생산지표 역시 불안하다. 지난 8월 전체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0.1% 감소했다. 지난 4월 0.7% 줄어든 산업생산은 5월 2.0%, 6월 0.6% 늘며 반등했지만 7월 0%로 주춤한 데 이어 8월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특히 현대자동차 파업 여파로 8월 제조업 가동률이 7년여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구조조정과 수출 부진이라는 직격탄을 맞은 고용지표는 초토화됐다. 취업자 수 증가 폭은 26만7000명 늘어나는 데 그치며 한달 만에 20만명대로 추락했고 전체 실업률은 3.6%를 기록, 2005년 9월 이후 기준 11년 만에 최고치다.
청년 실업률 역시 9.4%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5%p 올랐다. 이는 IMF 위기가 있던 1997~8년을 포함, 9월 기준으로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래 최고치다.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영향으로 제조업 취업자 수는 2012년 6월 5만1000명 감소한 이후 지난 7월 49개월만에 처음으로 줄었고, 이후 3개월째 감소 폭을 키우고 있다.
경제지표가 무너지자 한국경제 성장률 역시 하향 조정되고 있다. 지난 13일 한국은행은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9%에서 2.8%로 0.1% 포인트 내렸다.
올해 1월에는 3.2%를 제시했지만 석달마다 3.0%, 2.9%, 2.8%로 계속 하향조정했다. 9개월 사이 0.4% 포인트나 낮춘 것이다.
이마저도 현 한국경제 상황에서는 장밋빛 전망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은 전망치 2.8%는 여전히 LG경제연구원(2.2%), 한국경제연구원(2.2%), 현대경제연구원(2.5%) 등 민간기관이나 한국개발연구원(KDI·2.7%)보다 높다. LG경제연구원이나 한국경제연구원과는 0.6% 포인트나 차이가 난다.
기획재정부 이례적으로 최근 경제동향을 통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기재부는 향후 경제상황에 대해 "미 대선과 금리인상 가능성, 부정청탁 금지법(김영란법) 시행 등 대내외 불활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일부 업계의 파업 장기화 등이 경기회복세를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