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에서 대북제재 결의 도출을 위한 협상을 주도하는 파워 대사의 이번 방한은 북핵 및 북한 문제의 현실적 위험성과 해결의 절박성을 현장에서 보고 들었다는 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파워 대사는 방한 기간 판문점 방문 외에도 탈북민 정착교육기관인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와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 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수감 경험이 있는 탈북자의 자택을 직접 찾아 가는 등 북한 정권의 실상을 파헤치기 위한 파격 행보를 보였다.
파워 대사는 이번 방한 기간 북한 위협의 근접성과 태어난 곳에 따라 자유를 누리거나 억압을 받는 '무작위성'을 느끼고 많은 것을 배웠다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과제의 시급성을 느꼈다"고 말해 북한에 대한 그의 접근이 과거 보다 한층 견고해지고 강력해 질 것임을 시사했다.
북한의 셈법을 바꾸기 위해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모든 도구를 사용할 의지가 있다"는 결기도 보였다.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도출을 위한 미중 간 협상은 지난 1일부터 시작된 중국 국경절 중국의 황금연휴가 끝나고 파워 대사가 유엔으로 복귀함에 따라 다시 본격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미를 중심으로 기존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2270호)에 넣으려다 중국의 반대로 빠진 대북 원유공급 중단이나 민생 목적의 경우 예외적으로 허용돼왔던 북한산 석탄·철광석 수출금지 등 북한 김정은 정권의 숨통을 조일 강력한 제재를 결의안에 넣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측은 북한 체제를 위협할 정도의 고강도 제재에는 여전히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고, 이로 인해 지난달 9일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한 달을 넘겼지만 미중 간 협상의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협상을 진행 중인 파워 대사의 이번 방한이 미중 간 협상의 난항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파워 대사는 중국과 "최고위급 논의 기조를 유지하고 심화할 예정"이라면서 중국 측의 협력을 강조했지만 강력한 안보리 결의를 신속히 도출하려는 미국과 제재수위에 이견을 보이는 중국 간의 협상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번 파워 대사의 방한의 의미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도 나오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한국 입장에서는 미국 대선 후 정권이 바뀌더라도 대북 압박의 지속성을 강조하기 위해 코드에 맞는 사람을 초청해 하나의 목소리를 내려 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미국은 정권이 바뀌면 6개월 정도의 탐색기를 거쳐 정책의 변화를 모색하는 것이 통상적인 관례인데 외형상 압박과 제재를 강조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정책전환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 교수는 아울러 우리 정부가 모든 민간접촉마저 불허하는 데 반해 미국은 백악관의 허가를 통해 민간대표단 방북을 허용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