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하 두고 정부 vs 한은 '신경전'

2016-10-09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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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호 부총리 "韓 기준금리인하 아직 '여력' 있다"

이주열 총재 "통화정책 사용 여력 제한적"…재정역할 강조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IMF에서 열린 'G20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에 참석, 업무만찬 세션 시작에 앞서 참석자들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장, 유 부총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제공 = 기획재정부]


아주경제 홍성환·노승길 기자 = 재정당국과 통화당국이 경제활성화 해법을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2016년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차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인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통화정책을 두고 공방이 일어난 것이다.
경기 회복을 위해 유 부총리는 금리여력을 강조하고 이 총재는 재정역할이 중요하다고 밝히면서 시작됐지만, 재정· 통화당국의 수장들이 경기활성화 해법을 서로에게 떠넘기는 듯한 인상은 피할 수 없었다.

유 부총리는 8일(현지시간)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는 기준금리가 1.25% 수준인 상태라 아직 '룸(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전 세계가 확장적 통화정책을 펴왔고 거기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점에는 모두가 동의한다"면서도 "'거꾸로 본다면' 국내 금리는 아직 여유가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유 부총리는 "단순 논리로 따지면 공간이 있다는 것"이라며 "금리 결정은 내가 이야기 할수 있는 것이 아니고, 금융통화위원회가 알아서 할 것"이라며 원론적 입장을 강조했지만 선진국의 마이너스 금리 통화정책 운용에 비한다면 금리인하 여지가 남아 있다는 해석까지 가능하다.

유 부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오는 13일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은은 오는 13일 열리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결정하고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을 수정 발표할 예정이다.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크지만 정부가 지난 6일 다시 10조원 규모의 정책패키지 카드를 꺼내 든 직후 나온 경제수장의 발언이라는 점에서 압박감은 가볍지 않다.

그러나 이 총재는 유 부총리와 반대로 재정여력을 강조하며 맞불을 놓았다.

이 총재는 같은 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통화정책의 여력은 있지만 지금까지 가계부채 등을 감안할 때 상당히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경제는 소규모 개방경제인 탓에 국제 금융시장의 상황에 따라 자금 이동, 환율 변동성이 크다"면서 "금융안정 리스크가 많이 퍼져 있어 기준금리 추가 완화에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선진국처럼 제로금리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그렇더라도 통화가 미진하게 대응한 것은 아니다"라며 "여러가지 지표나 기준으로 봐도 지금 통화정책은 우리 실물경제를 뒷받침할 수 있을 만큼 완화적인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이 총재는 재정정책에 대해서는 아직 여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재정정책을 확장적으로 하려고 노력했지만, 결과적으로 우리의 재정건전성은 세계적으로 톱클래스"라며 "아직은 통화정책보다 재정정책이 상대적으로 더 여유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발언은 경기부양을 위해 통화정책보다 재정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즉 당분간 추가 금리인하는 없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이다.

같은 날 경제정책 수장은 기준금리의 여력을, 통화당국의 수장은 재정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정부와 한은간 갈등으로 비화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지난 6월 기업 구조조정 재원 마련 방안을 놓고 발권력 동원 여부 등을 놓고 갈등을 벌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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