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부원·이규진 기자= 금융당국이 한미약품 사태로 증권가뿐 아니라 정치권으로부터도 공매도를 없애야 한다는 거센 요구를 받고 있다. 그러나 순기능도 만만치 않아 당국이 공매도 자체를 없애기보다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쪽으로 손질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외국계 증권사인 유비에스에이쥐와 모건스탠리가 지난달 30일 한미약품에 대해 대량으로 공매도 주문을 냈다고 금융당국에 신고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공매도 개선을 요구하는 의견이 쏟아진다. 정치권도 예외가 아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실효성 없는 대책을 내놓기보다는 근본적인 공매도 피해방지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공매도 공시제도를 전반적으로 분석해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제도 개선이 아닌 전면 폐지가 해답이란 강경한 주장도 있다. 한 증권사의 주식운용 담당자는 "공매도 세력들로 인해 증시가 비정상적으로 움직일 때가 많다"며 "원칙을 지키려는 투자자들을 위해서라도 공매도 폐지를 고민할 시기"라고 전했다.
홍성준 약탈경제반대행동 사무국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공매도를 전면 금지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사태의 본질은 공매도 자체가 아니라 미공개정보를 불법적으로 이용했는지 여부다. 공매도의 순기능도 고려할 부분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한미약품 사태는 내부자가 정보를 악용했냐는 것이 핵심이므로, 공매도 자체를 꼬집는 건 억지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공매도는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주고, 롱숏 중위험·중수익 상품을 만드는 등의 순기능을 가지고 있으므로 폐지가 아닌 악용을 막기 위한 개선안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양날의 칼이라해서 칼을 없애기 보단 불법을 근절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공매도 제도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고 추가적인 보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부 정보를 알자마자 공매도를 하긴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주식을 매수할 경우 시장에서 바로 체결할 수 있지만, 공매도의 경우 주식 대여 및 거래비용 확인 여부 등의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공매도는 시장가 개념이 없고 쉽게 이뤄지지도 않는다"며 "한미약품 정보가 유출된 뒤 하루만에 공매도가 체결됐을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약품 호재가 떨어지자 더 이상 나올 재료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공매도 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알아봐야 한다"며 "실제 대차잔고도 늘어났기 때문에 유심히 볼 필요가 있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