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 기업 구조조정을 단행하겠다는 정부 의지와 달리, 한진해운 문제에도 허둥지둥하는 모습에 여론의 시선은 싸늘한 상황이다.
채권단은 8일 한진해운 자금지원 법원 요청을 거부했다. 진정될 기미를 보이던 물류대란은 다시 걷잡을 수 없는 미궁에 빠진 셈이다.
중국은 지난 2013년 10월 8개 과잉생산 업종(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판유리, 폴리실리콘, 풍력, 신소재, 조선)을 발표한 이래 중속성장을 의미하는 ‘신창타이’ 체제로 전환이 순조롭다.
주목할 점은 중국의 제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상위권에 포진된 시점에서 단행한 구조조정이라는 점이다. 제조업으로는 향후 중국경제를 지탱할 수 없다는 판단하 서둘러 신성장동력 육성에 나선 것이다.
김규연 KDB산업은행 연구위원은 “중국의 구조조정은 시장화를 가속화해 국유자본과 민간자본 상호투자를 활성화함으로써 다원화된 자본구조를 가진 기업 및 산업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의도”라며 “공급측 개혁과 함께 신경제 발전 전략을 추구하면서 구조조정 이후의 기업성장을 위한 미래성장산업 발굴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우리 정부는 한진해운 사태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면서 구조조정 시나리오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기존 구조조정 대책에는 실업자 구제가 중심이 됐다. 하지만 한진해운 사태는 지역경제와 물류기업 등 직·간접 파급효과가 상당했다. 단순한 지원금 투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는 이같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8일 국회에서 열린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연석청문회’에서 기존 대책을 그대로 보고했다.
기획재정부는 조선업 구조조정 대응 고용지원 및 지역경제 대책에서 금액 지원 이외에 체질개선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추경 통과 이후 신속하게 자금을 집행하겠다는 정부가 기업과 여론 눈치만 보면서 단기 대책만 내놓으며 허송세월을 하는 것 아니냐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한진해운은 채권단이 자금지원을 하라는 법원의 요청을 거부하며 안갯속으로 빠졌다. 산업은행은 8일 한진해운에 대한 긴급 자금 지원(DIP 파이낸싱·회생 기업에 대한 대출) 요청을 거부했다.
재판부는 한진그룹과 조양호 회장이 1000억원 규모의 지원 방안을 발표했지만, 실행 시기가 불투명한 데다 한진해운을 정상화하는 데는 부족하다며 산업은행에 지원을 요청했다.
법원의 요청에도 채권단은 금액 환수 불투명, 담보설정 없이 지원 불가 방침을 고수하며 한진에서 제출한 1000억원 규모의 지원안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채권단 관계자는 “지원금액을 제대로 돌려받을 수 있을지 불명확한 상황”이라며 “담보없이 무조건 지원해줄 수는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법원은 공문에서 한진측의 추산을 근거로 필요비용이 약 1730억원 든다고 밝혔으나, 추산 근거도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당장 미국에서 하역을 완료하는 비용이 500억원 정도면 될 것으로 보여, 한진에서 제출한 1000억원 규모의 지원안으로도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