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전 대통령 찾은 추미애, 참배정치 마침표…‘통합·민생’과 ‘선명성’ 이중포석

2016-08-31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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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신임지도부의 첫 최고위원회 회의가 열린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대표 회의실에서 추미애 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가 31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찾아 눈물의 참배했다. 추 대표의 봉하마을 방문은 당 대표 취임 이후 첫 일정으로 선택한 고(故) 이승만·박정희·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 참배의 연장선이지만, 그간 정치적 국면마다 ‘노무현 탄핵’ 원죄에 시달렸다는 점에서 친노(친노무현)계와의 화해 제스처로 보인다. 이로써 추 대표는 고인이 된 전직 대통령을 모두 참배, 국민통합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하게 됐다.

‘통합’을 앞세운 추 대표는 노선에선 ‘강경’ 기조를 철저히 지켰다. 추가경정예산(추경)이 막판 진통을 겪으면서 ‘경제 발목잡기’ 프레임이 급부상했지만, ‘추다르크’(추미애+잔다르크)는 이날 “당·정·청이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며 박근혜 정부의 국정기조 대전환을 촉구, 선명성 강화에 나섰다. 국민통합 행보를 보이면서도 정국현안에선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투 트랙’ 전략을 쓰고 있는 셈이다.
◆봉하 간 추미애…文 “朴정부 불통” 지원사격

추 대표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일을 하루 앞둔 이날 더민주 8·27 전국대의원대회에서 선출된 신임 지도부와 함께 경남 김해 봉하마을로 내려가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다. 1일은 노 전 대통령의 고희(古稀·사람의 나이가 일흔 살 되는 때)다.

추 대표의 노 전 대통령 참배는 국민통합 행보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참배 정치는 반대편 끌어안기를 통해 산토끼를 잡으려는 일종의 ‘프레이밍’(framing)이다. 8·27 전대 내내 친문(친문재인)계 지원 논란에 시달렸던 추 대표로선 특정 정파의 대표가 아닌 수권정당의 대표 이미지를 거머쥘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특히 당 최대 주주인 친노(친노무현)계가 ‘친문인 친노’와 ‘친문 아닌 친노’로 분화하는 시점에 추 대표의 노 전 대통령 참배는 당 원심력을 꺾을 수 있다. 당내 반대 세력을 끌어안으면서 자신의 리더십은 구축하는 일석이조 전략이 깔린 셈이다.

한때 노 전 대통령은 차기 대통령 후보로 추 대표를 점찍었지만, 탄핵 정국으로 양측의 관계가 완전히 틀어졌다. 실제 2002년 16대 대선 하루 전 야권 후보 단일화 대상이었던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의 지지자들이 ‘차기 대통령 정몽준’을 외치자, 노 전 대통령은 우리에겐 추미애·정동영도 있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의 이 발언으로 ‘노·정’ 단일화는 파기됐다.
 

국회 본청.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가 31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찾아 눈물의 참배했다. 추 대표의 봉하마을 방문은 당 대표 취임 이후 첫 일정으로 선택한 고(故) 이승만·박정희·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 참배의 연장선이지만, 그간 정치적 국면마다 ‘노무현 탄핵’ 원죄에 시달렸다는 점에서 친노(친노무현)계와의 화해 제스처로 보인다.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tlsgud80@]


◆秋, 朴정부 맹폭격…사드는 ‘속도조절’

추 대표와 친노계가 등을 돌린 것은 참여정부 들어서다. 2003년 민주당 내 ‘난닝구’(호남 구민주계) 대 ‘빽바지(영남 친노계)’ 논쟁 끝에 열린우리당이 창당됐으나, 추 대표는 합류를 거부했다. 탄핵 열풍 속에 치러진 2004년 17대 총선에서 추 대표는 ‘삼보일배’로 호남 민심 공략에 나섰지만, 처참한 패배를 맛봤다.

루비콘 강을 건널 것 같았던 양측은 2012년 추 대표가 문재인 캠프의 국민통합위원장, 더민주의 ‘문재인 체제’ 시절 최고위원을 각각 맡으면서 ‘문(文)의 사람’으로 분류됐다. 문 전 대표는 추 대표가 봉하로 간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치는 소통이다. 박근혜 정부는 정치가 없다”며 “숨 막히는 불통정권”이라고 추 대표를 측면 지원했다.

추 대표는 통합 행보에 나서면서도 추경 등 민생 현안에 대해선 박근혜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다.

추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난 4·13 국회의원 총선거 민심을 언급하며 “국민의 요구는 제발 ‘민생 좀 챙겨달라’ ‘일답게 좀 해달라’는 것이었다”며 “그러나 아직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 민의를 수용하겠다는 대통령의 말씀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남은 것은 파탄 난 경제와 분열로 조각난 국민뿐”이라고 정면 비판했다. 민생 이슈와 관련해선 물러설 수 없다는 선전포고인 셈이다.

당도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사퇴를 고리로 총공세에 나섰다. 우 수석이 오는 10월 군 장성 인사를 검증한다는 점을 거론, “‘우병우 라인’으로 채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추 대표도 “수석 하나 지키려고 온 국민을 버리는 당·정·청, 총체적 난국”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앞서 추 대표는 지난 29일 첫 행보로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참배하면서도 보수진영의 건국절 논란에 대해 “대한민국 법통인 대한민국임시정부를 부정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다만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의 반대 당론과 관련해선 “진영대결을 할 때가 아니다”라며 속도 조절론을 폈다. ‘통합’과 ‘선명성’을 쥔 추 대표는 1일 광주를 방문한다.
 

더불어민주당 신임지도부의 첫 최고위원회 회의가 열린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대표 회의실에서 추미애 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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