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LS전선, 20년 만에 베트남 전선 사업 1위 업체 등극

2016-08-28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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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전선 베트남 사업장 현장을 가다(1)

베트남 수출입 관문이자 최대의 항구도시 하이퐁시에 소재한 LS-VINA 케이블 공장 전경.[사진=LS전선 제공]


아주경제 (베트남 하노이·하이퐁·호찌민)채명석 기자 =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한 시간 반 가량을 달려 도착한 베트남 수출입 관문이자 최대의 항구도시 하이퐁시 LS비나 케이블(이하, LS-VINA) 공장.

이 공장에서 눈에 띈 것은 긴 고압선 생산설비 가운데 하나인 CCV라인이었다. 현수식 연속 압출시스템(Catenary Continuous Vulcanization)이라 불리는 설비는 초고압 전선의 절연(도체를 폴리에틸렌으로 감싸는 과정) 작업을 위한 것으로, 최대 40m 높이에서 지상으로 174m의 길이까지 긴 커브형태의 튜브로 이뤄져 있다.
고압전선일수록 절연체의 두께가 엄청나게 늘어나기 때문에 수평으로 생산하게 되면 중력으로 인해 절연이 전선의 아래쪽이 두껍게, 위쪽이 얇게 되어 얇은 쪽으로 전선이 파괴될 수 있어 이를 방지하여 균등하게 절연하기 위해 필요한 설비가 CCV이다.

LS-VINA가 보유한 40m 높이의 CCV는 베트남에서 유일하게 230kV급 초고압 전력 케이블을 생산이 가능한 설비다. 로컬 경쟁사의 경우 66kV급까지 가능한 CCV 설비를 보유하여 낮은 수준의 고압 전선을 생산한다.

박한용 LS-VINA 관리담당(차장)은 “높이가 올라갈수록 초고압선이라고 보면 된다. 66kV 이상은 초고압이라 하는데 그 이상 만들 수 있는 공장은 베트남에서 LS-VINA가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초고압 전선은 세계적으로 66kV부터 500kV까지 상용화되어 있으며, LS전선은 구미와 중국 공장에 230kV 초과 500kV까지 생산이 가능한 VCV 설비를 보유하고, 프로젝트에 따라 한국, 베트남, 인도에서 생산, 대응하고 있다. 중복, 과잉 투자가 되지 않도록 하고 전체 설비의 효율적인 운용을 위해서다.

LS-비나는 올해로 사업 개시 20년을 맞는다. LS-VINA의 역사는 LS전선의 베트남 사업 역사이기도 하다.

명노현 LS전선아시아 대표이사는 “1996년 베트남에 처음 투자했을 때 (하이퐁에) 왔었다. 당시에는 하노이 직항로가 없었다. 호찌민시까지 대한항공 항공기를 타고 간 뒤 하노이까지 베트남 군용 비행기 베트남 항공기로 갈아타야 했다. 한국의 1960년대 상황 같았다. 호텔도 없었고, 호텔 전기도 자주 끊어졌다. 일반 전기가 안정적으로 공급 되지 않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베트남은 1994년 미국과 국교를 수립하고 무역상 최혜국 지위를 얻으면서 국가 인프라 구축이 가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많은 외국 기업들이 베트남 정부와 합작 회사 설립을 원하며 적극적인 구애공세를 펼쳤다. LG전선도 1992년에 이미 베트남 진출을 위한 TFT를 구성, 제품 진출과 생산법인 설립을 검토했고, 하노이와 호찌민 간 약 1500km를 강심알루미늄연선(ACSR)으로 연결하는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료해 자신감에 차 있었다. 시장 여건도 매우 좋았다. 급증하는 전력 상황에 비해 베트남의 전력 케이블의 공급은 크게 부족했고, 제조설비가 거의 없어 전체 물량의 90%를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이었다.

1995년 베트남 최대 전선 회사였던 휴막(HEWMAC)과 합작 계약을 체결, 1996년 LS-VINA의 전신이 ‘비나-LG케이블’이 설립됐다. 베트남 내에 중·저압 케이블과 절연전선, ACSR을 제조, 공급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베트남은 향후 10년간 송배전선의 수요가 연간 400억~500억 원 이상으로 예상됐고, LS-VINA는 시장 점유율을 40% 이상으로 잡을 정도로 장미빛 미래를 꿈꿨다. 베트남의 자국산업보호정책에 따라 안정적인 생산, 판매를 예상했으며, 투자자본의 조기회수 및 LG그룹의 베트남 진출 시너지 효과도 기대됐다.

LG그룹은 비나-LG케이블을 베트남 최대의 종합전선 메이커로 육성한다는 목표 아래 2000년까지 3차에 걸쳐 1만5000평 규모의 생산공장을 건설하는 계획을 수립했고, 1996년 4월 11일 하이퐁에 1만5000평 규모의 중·저압용 전력케이블 합작공장 기공식을 가졌다. 총 사업비 2300만 달러가운데 LG전선과 LG상사가 각각 50%와 5%를 투자하고 베트남 최대 전력케이블 회사인 휴막이 나머지 45%를 투자해 건설한다는 조건이었다.

1997년 6월 23일 1단계 연산 6000t의 케이블을 생산하는 3000평 규모의 공장을 준공, 7월부터 양산에 들어갔다. 당시 준공식에는 베트남 당 서기와 인민위원장, 한국 대사 등 두 나라 고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할 정도로 많은 관심과 기대를 안고 출발했다. 가동 첫 해에만 시장점유율 40%에 매출 3000만 달러를 기록하는 등 장밋빛 전망이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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