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홍예신 인턴기자 =“추석 앞두고 대목은 무슨... 이렇게 더운데 손님이 있나? 기자님이 봐도 손님 없잖아요” 청과시장에서 30년간 장사를 해왔다는 김모씨는 연신 부채질을 하며 더위를 원망했다.
22일 오전 영등포전통시장은 한적했다. 손님들은 땀을 닦으며 지나쳤고 물건을 구매하는 사람들은 거의 볼 수 없었다. 작년 메르스 사태 이후 끊긴 손님이 되돌아올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상인들은 입을 모았다.
메르스 사태, 치솟는 물가, 기록적인 폭염까지 이어지는 악순환에 상인들은 연신 고개를 저었다.
30년 동안 축산업을 해왔다는 이모씨는 장사도 안되는데 덥기까지 해 손님이 더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메르스 사태 때 보다 지금이 더 사람이 없어. 너무 덥잖아. 더워도 너무 덥지. 게다가 요즘 한우 값도 올랐지, 돼지 값도 올랐지. 가격이 더 오를까 봐 나도 겁이 나는데 손님들은 얼마나 더 하겠어요”라며 “대목인 추석을 앞두고도 기대가 안 돼요. 추석선물세트 주문도 문의조차 없어요”라며 한숨 쉬었다.
옆집 상인도 계속해서 냉장고의 생닭들 사이에 얼음을 채웠다. “날씨가 더우니 얼음도 부족하다. 얼음 주문도 계속 넣고 있다”며 “장사도 안 되는데 날씨마저 이렇게 덥다니 너무 야속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청과물을 취급하는 매장 상인 역시 “폭염에 야채가 녹는다. 과일도 마찬가지”라며 “청과물도 더워서 난린데 손님이 없는 것도 이해가 간다”며 쓴웃음을 지으며 기자에게 얼음물을 건넸다.
그는 "최근 폭염에 배추·시금치·상추가 특히 비싸지고, 과일 중에서는 배가 작년 대비 50%는 더 올랐어요. 추석 때면 지금보다 손님은 늘어날 것이라 기대는 하지만 가격이 비싸져 걱정이다”고 덧붙였다.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으로 추석 물가가 비상에 걸렸다. 일부 과일들은 강한 햇볕에 노출된 탓에 과실이 타들어가는 일소 피해까지 입고 있어 올 추석 소비자들의 부담은 가중될 전망이다.
이런 무더위에도 재래시장까지 발걸음 한 손님도 있었다. 영등포동에 거주한다는 한모씨는 “일부러 재래시장을 찾는 편이다. 시장 상인들이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기 때문이다. 근데 더워도 너무 덥다. 다른 재래시장보다 영등포 시장이 더 더운 것 같다”며 땀을 닦았다. 그는 “영등포구청에서 조치를 취해 상인들과 손님들을 위해 뭔가 개선점이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전통시장은 유독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요즘 같은 폭염이나 겨울의 한파에도 취약하다. 특히나 아케이드가 아닌 천막으로 된 천장은 더위를 막아주기엔 부족해 보였다.
수산물을 취급하는 한 상인은 "여름철엔 특히나 대형마트가 인기가 좋다. 하지만 가격 면이나 품질에서는 우리(영등포전통시장)가 지지않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우리 상인들도 많이 노력할테니 관계기관의 협조와 지원이 많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