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서 필리핀 감옥이 수감자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감옥 환경이 열악해지고 있다.
31일 현지언론 등에 따르면 2006년 설립된 필리핀 마닐라 퀘존시티 교도소는 수용 인원이 최대 800명이지만 현재 3800명이 넘는 수감자가 이 감옥에 갇히게 됐다.
60년 전 800명 수용 규모로 지어진 케손 시티 감옥은 현재 수감자가 3800명에 달해 필리핀에서 가장 과밀한 감옥 중 한 곳으로 꼽힌다.
화장실 변기 한 개를 수감자 130명이 함께 쓸 정도로 시설이 열악하다. 수감자들은 야외 농구장의 금이 간 시멘트 바닥, 계단, 낡은 침대 아래 등의 공간에서 번갈아가면서 잠을 청한다.
비가 오면 야외 공간을 이용할 수 없어 상황은 더욱 나빠진다. 사람들로 꽉 들어찬 복도는 땀 냄새로 진동한다. 감옥 인근 운하에서 썩어가는 쓰레기는 감옥 내 악취를 더욱 고약하게 만든다.
지난 5월 10일 두테르테가 대선에서 승리해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나서 지금까지 퀘손 시티 감옥 수감자는 300여명이나 늘었다.
필리핀 전국에 있는 감옥은 애초 계획한 수용 인원보다 5배 가까이 많은 수감자를 수용 중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포화 상태에 이른 교도소를 개혁할 방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는 상황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인권은 범죄자 보호의 핑계가 못 된다", "마약상을 죽여도 좋다"며 마약범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범죄 소탕전을 예고하고 나섰다.
마약 범죄 등을 뿌리뽑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선출된 두테르테 대통령은 5월 취임이래 마약 범죄자 190여명을 죽였다. 체포된 마약범은 3000여명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