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현지시간 22일 독일 뮌헨의 쇼핑센터에서 무차별적으로 총기를 난사해 시민 9명을 죽인 범인은 우울증을 앓던 외톨이 10대 소년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 발생 직후 독일 수사 당국은 극단적 무장세력 IS의 테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러나 피터 백 뮌헨 경찰 대변인은 조사 결과 이번 사건이 정신 질환을 앓던 이란계 독일인 알리 손볼리의 단독 범행이라며, IS와의 직접적 연관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뮌헨 경찰서장은 “범인이 학교에서 따돌림과 집단 구타를 당했으며 우울증 등으로 정신 질환 치료 기록을 가지고 있다”고 발표했다.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이웃들은 손볼리가 무척 얌전하고 숫기 없는 학생이었다며 22일 전까지만 해도 전혀 폭력의 기미를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러나 손볼리는 집에서 혼자 대량학살과 관련된 자료들을 모으고 폭력적 비디오게임에 탐닉하는 등 대량학살에 집착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손볼리는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좌파 노동당의 여름캠프에서 총기난사로 77명의 젊은이들을 사살한 극우 나치주의자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에 상당한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5월 22일은 오슬로 사건이 발생한지 5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독일 빌트지는 손볼리가 브레이비크의 얼굴을 자신의 왓츠앱 프로필 사진으로 이용했다고 보도했다.
손볼리는 앞서 한 여학생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해킹하여 무료로 음식을 나눠준다는 게시물을 올린 뒤 뮌헨 도심의 올림피아 쇼핑몰 맞은편 맥도날드로 사람들을 유인했다. 그리고 22일 오후 5시 50분쯤 사람들을 향해 총기를 난사했다. 이후 경찰의 포위망이 좁혀오자 총으로 자살했다. 그의 공격으로 인해 총 9명이 사망하고 27명이 부상을 입었다. 희생자는 대부분 16세 이하 청소년인 것으로 드러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뮌헨 경찰은 손볼리가 브레이비크와 마찬가지로 10대 청소년을 겨냥해 공격했다고 말했다.
◆ 광기와 테러의 모호한 경계
전문가들은 전통적 테러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본래 테러리스트는 개인적 동기보다는 정치적 이데올로기의 영향을 받아 극단적 폭력을 저지르는 이를 가리킨다. 그러나 앞서 발생한 발생한 올랜도 총기참사, 프랑스 니스 트럭테러, 뮌헨 총기난사 등 최근 사건들은 테러와 광기의 형태를 모두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랜도 총기난사범, 니스 트럭 공격범은 자생적 테러리스트로 이슬람 극단주의에 빠졌고, 손볼리는 나치주의자 브레이비크로부터 상당한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영국 텔레그래프는 분석했다. 하지만 이들의 더 직접적인 공통점은 자신이 속한 사회에 높은 불만을 품고 있다는 점이다. 즉 자신의 분노를 표현하기 위해 테러리스트의 수법을 이용한 것이다.
IS와 같은 극단주의자들은 개인의 분노와 절망을 이용해 이들의 폭력 행위를 충동하기 쉽다. 각종 매체는 IS, 정치적 공격, 테러에 대한 각종 정보를 쏟아놓는다. 만약 사회적 불만으로 가득 차 폭력 행위를 저지르고 싶은 개인이라면 ‘외로운 늑대’라는 방법론은 무척 매력적일 수 있다. 왜냐면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벌하면서도 자신의 행동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니얼 베냐민 테러 전문가는 최근 뉴욕타임즈에 "다수의 사건들이 종전에 테러라고 인식했던 것의 끄트머리에 있다"며 "IS와 같은 극단주의는 희망을 잃은 불안정한 이들에게 삶을 구원할 안식처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