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일본 정부가 추진할 차기 경제대책 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2배 많은 최대 20조엔(약 212조 6020억원)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현 정권 들어 역대 최대 규모여서 휘청이던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경제대책)가 반전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 역대 최대 규모...'경제 살리기' 최우선 어젠다로
앞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10일 치러진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한 뒤 "종합적이고 대담한 경제정책을 실시하겠다"며 과감한 재정 투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탄탄한 정치적 입지가 확인된 만큼 경제 살리기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당시 일본 내부에서는 최소 10조엔 이상이 투입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었다. 아베 정권이 출범했던 2012년에는 13조엔을 풀었고 지난해까지는 매년 3~5조엔의 추경예산을 배정한 데 따른 것이다. 이번에 20조엔 편성이 확실시된다면 아베 정권의 투자 규모로는 역대 최대치가 된다.
이 같은 파격적인 계획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인한 충격이 다소 완화됐지만 세계 경제의 불안 요소가 여전하다는 데 따른 판단으로 보인다. 예산 규모를 대폭 늘려 경기를 살리고 디플레이션을 탈피하겠다는 아베 총리의 의지가 적극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편성된 예산은 일단 아베노믹스의 3가지 축(재정 지출 확대·양적완화 정책·공격적 성장전략)을 중심으로, 인프라 정비와 중소기업 지원 등에 우선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방경제 활성화의 일환으로 추진중인 초고속 열차(리니어 쥬오 신칸센)의 전면 개통 시기를 당초 목표(2045년)보다 최대 8년 앞당기는 데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경제대책 규모는 25일 이후 잠정 결정된다. 이후 오는 9월 임시국회에서 이 내용을 반영한 2016회계연도(2016년 4월∼2017년 3월) 추경 예산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 일본중앙은행의 추가 부양 여부에도 주목
시장에서는 오는 28~29일 예정돼 있는 일본중앙은행(BOJ)의 통화결정회의 결과에도 주목하고 있다. 역대 최대 규모의 부양 가능성이 예고된 만큼 일본중앙은행의 구상에 따라 아베노믹스 2탄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일본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0.7~0.8%로, 인플레이션 목표치(2%)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일본은행이 크고 작은 부작용을 감수하면서까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도입한 것도 물가 안정을 실현하기 위해서였다. 때문에 이번에도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근간에 두는 QQE(양적·질적 완화) 정책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일단 △ 마이너스 금리폭 추가 확대 △ 헬리콥터 머니 △ ETF 매입 한도 확대 등이 거론된다. 대출 규모를 늘릴 수 있도록 은행에 무이자로 대출하거나 정부 국채 일부를 영구채로 전환하는 방식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다만 추가 부양이 딜레마를 안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1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일본은행의 추가 완화 정책이 엔화 조정에 큰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금리를 더 낮추면 이미 마이너스 금리로 타격을 입은 일본 금융기관의 어려움이 커질 수 있는 데다 일본은행의 자산매입프로그램도 한계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