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이번 참의원 선거 승리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수월하게 헌법 개정의 초석을 다지게 됐다. 일단 '긴급사태 조항', '지역 문제 해소' 등의 제·개정을 우선시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헌법 9조' 개정을 포함한 포괄적 개헌 초안을 작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그 발효 시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긴급사태 조항'부터 차근차근...아베 임기 장기화 가능성도
지지통신,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당장 개헌안 발의가 가능한 상황이지만 집권 자민·공명당은 논란의 중심에 있는 헌법 9조 개정 대신 △ 긴급사태 조항 창설 △ 환경권 등 신규 인권 조항 마련 △ 재정 관련 규율 제안 등을 먼저 손댈 것이라는 전망이다. 긴급사태 조항은 대규모 재해 등 유사시에 총리에게 권력을 위임한다는 내용이다.
개헌안 발의가 가능한 정족수를 채운 만큼 당규 수정을 통해 아베 총리의 장기 집권 가능성도 점쳐진다. 실제로 자민당 내에서는 지난해 12월부터 당규를 바꿔 아베 총리의 임기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현행 자민당 당규에 따르면 총리를 맡는 자민당 총재의 임기는 당 규정상 3년씩 연속 2회(6년)으로 한정돼 있다.
아베 총리는 첫 집권 직후인 2006년 10월 자민당 총재로 취임한 뒤 3선 연임에 성공하면서 임기가 오는 2018년 9월까지로 늘어났다. 당규를 바꾸지 않더라도 아직 임기는 2018년까지 2년가량 남았다. 이번 참의선 선거 승리로 탄력을 받으면 아베 총리의 임기는 2021년 9월까지로 늘어나 총임기 9년의 최장기 집권 총리가 된다.
◆ 헌법 9조 개헌 여부에 주목...주변국과의 마찰 불가피
헌법 9조의 개정 작업은 생각보다 빨리 이뤄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현재 자민당은 헌법 9조 개정을 포함한 포괄적 개헌 초안을 작성하고 있다. 초안은 올 가을께 열릴 임시 국회 회기 중에 중의원 헌법 심사회에서 검토한 뒤 각 당간 합의를 통해 통과 여부가 결정된다. 헌법 9조 개정이 현실화될 경우 일본은 '전쟁 가능 국가'가 되는 만큼 주변국과의 마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본 자위대의 활동 범위를 확대하고 자위권 행사를 인정하는 '집단자위권 법안(안보 관련 11개 법률 제·개정안)'은 사실상 지난 3월 29일부터 발효됐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가 ‘존립위기상태’로 지정한 경우 자위대가 무력행사를 할 수 있게 된다. 존립위기상태는 일본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나라에 무력 공격이 발생했을 때 △ 일본의 존립이 위협받고 국민의 생명·자유·행복 추구의 권리 박탈의 위험이 있는 경우 △ 이를 배제할 다른 적당한 수단이 없는 경우 등을 뜻한다.
일단 발효는 됐지만 지금까지는 불법 상태였다. 헌법 9조 2항에서는 일본이 육해공군이나 여타 전력을 보유하지 않으며 국가의 교전권(交戰權·주권국이 전쟁할 수 있는 권리)을 부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전쟁 법안'이라는 논란을 희석하기 위해 헌법 9조를 직접 개정하는 작업에 들어가는 대신 지난 2014년 '헌법 해석'을 바꾸는 우회적인 방법을 써왔다.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한 만큼 손쉽게 법적 근거까지 마련하게 된 셈이다.
자위대 파견 범위와 목적이 일본 정부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이뤄진다는 부분에서 주변 국가와의 외교 논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 주변국과의 긴장 관계가 조성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남중국해를 비롯한 아시아 내 영유권 분쟁, 북핵 관련 한반도 정세 등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쏠린다. 때문에 당분간은 개헌 여부를 두고 집권 자민당 등 개헌파와 이를 저지하는 반대파 간의 대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