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냉전시대, 경제외교 지평을 넓혀라-하] 할랄·코셔에 눈길 돌리는 정부

2016-07-21 15:01
  • 글자크기 설정

'유명무실'한 할랄·코셔 정책…그나마 식품분야서 선방

무투 발표와 달리 부처별 세부계획 없거나 소극적 대응

일부 전문가 "이슬람 관계개선 위해 스쿠크법 도입 검토해야"

아주경제 김선국·송종호·정등용 기자 =최근 정부가 탈 중국 정책의 하나로 할랄시장과 코셔시장 공략을 담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제시했다. 

할랄·코셔 시장 개척은 새로운 경제외교라는 점에서 고무적이지만, 시장 공략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데다 별다른 성과도 올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특히 할랄·코셔를 담당하는 부처들은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거나, 소극적인 반응을 보여 정책실효성에 의문이 든다.

일각에서는 거대한 할랄시장 진출을 위해 '이슬람채권법(스쿠크법)'을 도입해야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새롭게 떠오른 할랄시장, 한국경제 新먹거리 돼야 

할랄은 이슬람교도인 무슬림이 먹고 사용하는 제품을, 코셔는 유대인 문화를 통칭할 때 사용한다. 세계 주요컨설팅기관들은 2014년 3조2000억 달러였던 세계 할랄 시장의 규모가 2020년 5조200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코셔 시장 규모는 2500억 달러에 달한다.

두 문화의 공통점은 할랄이나 코셔인증 마크가 있을 때 소비자의 구매력이 더욱 높아진다는 것이다.

할랄시장의 경우,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지난 2003년부터 두바이에서 열리는 식품박람회에 참가하며 시작됐다. 정부는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4개국 순방 이후 23년만에 할랄 시장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올해 5월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 이후에는 할랄·코셔 정책이 탄력을 받았다. 

정부는 지난 7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할랄·코셔 시장을 중국 대체시장으로 선정하고, 하반기부터 적극 공략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식품, 화장품, 문화콘텐츠 등을 유망 산업분야로 정하고, 이를 집중 육성한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적극적인 의지와 달리, 대부분의 담당부처는 소극적이거나 세부 계획이 없어 시장개척이 지지부진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통상업무를 전담하는 산업통상자원부는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산업부 관계자는 "식품은 농림축산식품부, 의약품이나 화장품은 보건복지부 등이 담당하는데, 우리는 각 부처별로 보내온 정보를 취합하는 등 총괄만 할 뿐, 세부 내용은 각 해당부처에 문의하라"고 답했다.

중동문화에 맞는 문화콘텐츠 보급을 담당하는 문화체육관광부도 소극적인 모습이다. 문광부 관계자는 "이슬람국가(IS) 테러, 기독교인의 할랄식품단지 조성 반대 등 국내 여론이 좋지 않아 주춤한 상태"라며 "세부적인 계획은 없으며, 천천히 접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할랄시장뿐 아니라. 코셔시장의 경우 아예 세부대책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올해 5월부터 이란에 K-드라마를 상영하고 있고, 두바이 아부다비에서는 2014년부터 '빅엔터테인먼트 쇼(BES)'를 개최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 단지 아부다비에 있는 코셔 바이어들을 만나고만 있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식품분야에서는 농림축산식품부와 식약처, 한국식품연구원 등이 협업해 할랄 식품 시장 개척에 대응하고 있어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할랄인증을 획득한 업체와 품목수는 2014년 133곳 404개였지만, 올해 5월 현재 197곳 562개로 증가했다. 수출액도 늘었다. 올해 1~6월 이슬람협력기구(OIC)에 가입한 57개국으로의 농식품 수출액은 4억5000만달러로 전년동기에 비해 8.4% 증가했다.

△이슬람채권법 도입도 검토해야

경제 전문가들은 정부의 할랄·코셔 정책에 시큰둥한 반응이다. 한 경제 전문가는 "역사적으로 중국 상인과 아라비아 상인이 유명한 것처럼 진입장벽이 높은 두 시장을 개척하려는 정부의 의지는 높게 사지만, 얼마나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올지는 의문"이라며 "설익은 정책으로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전부 놓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재영 고려대 교수는 "정부가 K-드라마 상영 등 아랍권에서 한류바람이 불고 있지만 시청률, 관람객수 등 공식적인 데이터를 근거로 발표를 해야 한다"며 "문화 콘텐츠 분야가 할랄 시장을 진출하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식품분야는 높은 마진율과 빠른 회전율, 용이한 접근성 때문에 할랄시장 진출에 가장 유리한 산업"이라며 "말레이시아의 자킴(JAKIM)이나 인도네시아의 무이(MUI) 처럼 한국 할랄인증(KMF)의 공신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게 급선무"라고 조언했다.

원활한 할랄 시장 진출을 위해 이슬람채권법 도입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이슬람채권법이란 이자수수를 금지하는 이슬람율법에 따라 이슬람채권 거래에서 세금을 감면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말한다.

한 경제 전문가는 "할랄 시장의 진입장벽을 해소하기 위해 '두터운 관계'가 필요하다"며 "이슬람채권법 도입은 신규 자본유입뿐 아니라, 이슬람과 관계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