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경기 양평) 이소현·홍예신(인턴) 기자 = 한라그룹이 고(故) 운곡(雲谷) 정인영 한라그룹 명예회장의 10주기를 맞아 재도약 의지를 다졌다.
한라그룹은 20일 경기 양평군 용담리 선영에서 창업주인 정인영 명예회장의 10주기 추모행사를 열었다.
차남인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은 추모행사 시작 30분 전부터 선영 입구에서 손님들을 맞았다. 정 회장은 땡볕아래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오랜만에 보는 범 현대가 가족들과 한라그룹 임직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더운데 와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전했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정몽윤 현대해상화재보험 회장,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정몽진 KCC 회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등도 참석해 현대가를 대표해 고인의 넋을 기렸다.
주위가 논밭인 경기 양평군 용담리는 그룹 차원에서 진행되는 대규모 행사로 어느 때보다 북적였지만 이날 진행된 10주기 추모식은 기독교식 예배로 진행돼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추도예배를 마친 후 기자와 만난 정몽원 회장은 “10년이 지났지만, 한 번도 옆에서 떠나신 것 같지 않다”며 “특히 만도를 찾아온 것, 어려웠던 한라건설도 턴어라운드 한 것 등 사건·사고 하나하나를 겪으면서 항상 옆에 계신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한라그룹은 숱한 시련에도 오뚝이처럼 일어나 한국의 기업가 정신을 대변했던 ‘재계의 부도옹(不倒翁)’ 정인영 명예회장 10주기를 기념해 재도약 의지를 다졌다.
정 회장은 “지금 실체는 안보이지만 아버지의 가르침을 본 받겠다”며 “다시 한번 10주기를 맞이해서 뜻을 기려 정신을 바짝 차리고 깨어있을 준비를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 나이로 치면 반백년을 지나 백년대계를 바라보는 한라그룹의 수장으로 무거운 책임감과 각오도 드러냈다. 정 회장은 “내년에 한라가 55주년이 된다. 감히 100년은 이야기 못하겠다”면서도 “10주기를 맞이해서 어려워도 직원들과 함께 한 걸음 한 걸음 더 나아가는 항상 성장하는 회사로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한라그룹은 이날 추모기념식 이외에도 추모사진전, 추모음악회 등 정인영 명예회장의 10주기를 기념하는 다양한 행사를 마련했다.
한라그룹은 지난 18일 만도 판교 글로벌 연구개발(R&D)센터에서 정몽원 회장과 계열사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꿈꾸는 자만이 그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주제로 ‘운곡 정인영 10주기 추모 사진전’을 개최했다.
추모 사진전은 5개월에 걸쳐 진행된다. 만도 판교 글로벌 R&D센터(18~30일), 한라인재개발원(8월29일~10월7일)과 한라대(10월17일~11월30일)등 세 곳에서 진행된다.
오는 21일에는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정인영 명예회장의 도전정신을 기리는 추모 음악회가 진행될 예정이다.
정 명예회장은 현대그룹의 창업주인 고 정주영 회장의 첫째 동생으로 현대건설 대표이사, 한라그룹 회장 등을 지냈다. 형과 함께 현대그룹이 기반을 잡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후 1962년 10월 현대양행을 세워 1977년 현대그룹에서 독립한 뒤 한라그룹의 기틀을 닦았다.
정 명예회장은 1989년 뇌졸중으로 쓰러졌지만 휠체어를 타고 다니면서 사업을 진두지휘해 ‘재계의 부도옹’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숱한 시련에도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 재기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불굴의 의지와 열정을 가진 한국 기업가 정신을 대표한다.
한 때 재계서열 12위까지 올랐던 한라그룹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로 부침을 겪게 됐다. 정 명예회장은 그룹을 살리기 위해 1999년 모태기업인 만도기계를 매각했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 끝에 한라그룹을 되살린 그는 2006년 7월 20일 별세했다. 그룹을 물려받은 정몽원 회장은 절치부심한 끝에 지난 2008년 만도기계(현 만도)를 다시 품에 안았다.
한라그룹은 자동차 부품(만도), 건설(한라)의 양대 축을 기반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해 제2의 그룹 도약에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