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 강세에 골치 아픈 중앙은행들

2016-06-28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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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AP]


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기로 결정하면서 일부 경제국들의 통화가 급등세를 보이자 통화정책으로 경제 활성화를 노리던 중앙은행들이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파운드는 지난 2거래일 동안 11%나 폭락했지만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일본 엔, 스위스 프랑, 미국 달러에 투자 수요가 몰린 것이다.  
엔과 프랑 강세는 일본과 스위스 기업들의 순익을 압박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엔이 달러나 유로 대비 1엔 오르면 일본 기업들의 순익이 1% 이상 감소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올해 달러 약세 덕을 봤던 미국 기업들 역시 2분기 실적 발표 시즌을 앞두고 환율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통화 강세는 수출품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한편 수입 물가를 압박해 인플레이션을 짓누른다.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위해 갖가지 수단을 동원하던 중앙은행들은 자국 통화 강세를 저지하기 위해 시장에 개입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나라들이 한꺼번에 통화를 절하할 수는 없다. 지금까지 스위스 프랑은 유로 대비 가치를 내리려고 노력했고, ECB 역시 금리인하와 채권매입으로 유로화 약세를 유도했다. 일본은 달러 대비 엔 하락을 이끌었고 미국 연준은 성장률 제고에 달러 강세가 장애라고 말해왔다.

상대적으로 평가되는 환율에서 모든 나라가 자국통화 절하에 나설 경우 아무런 효과를 거둘 수 없으며 중앙은행들의 신뢰도만 해칠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8일 그 예가 일본은행이라고 말했다. 일본은행은 올해 1월 마이너스금리 도입을 통해 엔 하락을 유도했다. 그러나 세계적인 경제 둔화 속에서 엔은 달러 대비 오히려 10% 상승했고, 브렉시트 발표 이후에는 달러 대비 100엔 밑으로 붕괴되며 초강세를 나타내기도 했다. 시장은 일본은행이 기대한 대로 반응하지 않았다.

스위스 중앙은행은 브렉시트 발표에 신속히 환시 개입에 나섰다. 이 덕에 지난 2거래일 간 프랑은 유로와 달러 대비 하락했으나 여전히 올초에 비해서는 올랐다. 스위스쿼트방크의 피터 로젠스트리치 수석 전략가는 스위스 중앙은행이 시장의 흐름을 거스르는 것은 미미한 효과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달러 강세는 2분기 미국 기업들의 실적 전망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2분기 S&P500 기업들이 감소하겠지만 2016년 순익은 전년비 소폭 증가를 예상했다. 그러나 달러 강세로 전망치가 수정될 위기에 놓였다. 또한 연준이 계획했던 금리인상 역시 올해 안에 어려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엔, 프랑, 달러와 달리 파운드는 급락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파운드가 내려도 영국 경제는 브렉시트로 인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오히려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커먼웰스 외환 거래소의 오메르 에시너 애널리스트는 “파운드 하락은 영란은행이 목표로 하던 인플레이션 상승을 야기할 수 있겠지만 짙은 불확실성에 투자자들은 영국에 대한 투자를 다시 생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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