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균열 봉합·개혁 시동...영국 탈퇴 시기 '온도차'

2016-06-26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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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확정되면서 EU 내부에서는 대책 회의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27일(현지시간)에는 EU 집행위원회(EC) 고위 관계자들과 유럽의회 의원들이 각각 임시의회를 열고 영국의 탈퇴 절차 등을 논의한다. 28∼29일에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참석하는 EU 정상회의가 열린다. EU 연쇄 탈퇴 등 균열을 막고 개혁의 토대를 마련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 탈퇴 도미노 방지 총력...영국 탈퇴 시기 두고 '신경전'

EU는 영국의 탈퇴를 서둘러 마무리짓고 나머지 27개국에서 더이상 이탈 국가가 나오지 않게 하겠다는 입장이다. EU 연쇄 탈퇴 움직임은 이미 여러 곳에서 감지돼왔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는 프랑스에서는 극우정당인 국민전선(FN)은 EU 탈퇴를 공약으로 내건 상태다. 여론조사업체 입소스 모리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탈리아 국민 10명 중 6명(58%)이 EU 탈퇴 국민투표 실시를 원한다고 답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슬로바키아 극우정당 슬로바키아국민당(SNS)은 슬렉시트(Slexit·슬로바키아의 EU 탈퇴) 찬반 국민투표를 실시하기 위한 청원 서명운동을 준비한다는 입장이다. 슬로바키아는 다음 달부터 EU 순회의장국을 맡기로 돼 있어 다른 회원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네덜란드 극우정당 자유당(PVV)에서도 EU 탈퇴를 묻는 국민투표를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그동안 EU 정책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왔던 체코, 헝가리 등 동유럽에까지 탈퇴 요구가 번질 가능성이 높다. 영국 탈퇴 작업이 길어질수록 EU 회원국 간 갈등이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하루빨리 탈퇴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는 EU 입장과는 달리 영국에서는 다소 느긋한 모양새다. 이미 사퇴 의사를 밝힌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리스본조약 50조'를 근거로 후임 총리가 정해지는 10월까지 탈퇴 절차를 미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U 내 이견도 문제점으로 떠오른다.

장-클로드 융커 EC 위원장을 비롯해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등 EU 6개국 외무장관은 영국의 조기 탈퇴 협상을 촉구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영국 탈퇴 작업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말해 탈퇴 시기에 대한 온도차를 드러냈다. 영국 탈퇴 시기를 두고 신경전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 리스본조약 50조 : EU를 떠나려는 회원국이 탈퇴 의사를 통보하면 그 시기를 기점으로 EU와 맺어온 관계 전반에 대해 2년간 협상을 진행한다. 합의가 있다면 협상 기간을 연기할 수 있다. 협상이 이뤄지지 않아도 2년이 지나면 자동 탈퇴 처리된다.

◆ 영국과의 '포괄적 경제협력' 유력...분담금 등 예산 재편성 

영국의 EU 탈퇴가 확정된 만큼 상품, 서비스, 노동 등 통상과 무역 등에 새로운 규칙을 마련해야 한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의 보도에 따르면 EU는 영국과 포괄적 경제무역 관계를 설정할 가능성이 높다. 일단 '노르웨이 모델'이 유력해 보인다. 노르웨이는 EU 비회원국 중 하나로 대부분의 분야에서 관세 없이 무역을 하는 대신 EU에 기부금을 내고 있다. EU의 정책 결정에 참여할 수는 없지만 EU의 법률과 규정을 준수한다.

공산품 관세 철폐 등을 중심으로 EU와 포괄적 경제 무역 협정(CETA)를 맺고 있는 '캐나다 모델'도 방안이 될 수 있다. CETA 협정에 따라 EU는 오는 2023년까지 캐나다에 수출하는 농산물 및 식품 92%에 대한 관세를 면제받는다. 다만 영국이 EU 경제에서 차지하는 영역이 적지 않은 만큼 교역, 관세, 이동의 자유 등 관계 재설정에 최소 5년이 걸릴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논의 과정에서 영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균형을 맞추는 점도 쟁점이 될 수 있다. 그동안 EU는 영국에 관세 철폐 등 갖가지 혜택을 제공해왔다. 지난 2월에는 영국의 EU 탈퇴를 막기 위해 이주민 복지혜택 축소, EU 제정 법률 거부권 등의 요구사항을 수용하기도 했다. 특혜라는 전례를 남긴 만큼 기존 회원국들 사이에 불만이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2020년까지 예산 재편성 작업도 서둘러야 한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이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EU의 연간 예산은 1450억 유로지만, 영국 탈퇴가 결정되면서 긴급 예산 70억 유로를 충당해야 한다. 그동안 영국은 EU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분담금을 내왔다. 지난해에는 국내총생산(GDP)의 1%에 해당하는 178억 파운드(약 29조 8077억원)를 분담금으로 냈다.

◆ '개별 국가 존중' 등 개혁 시동...당분간 내홍 계속될 듯 

EU 내외부에서는 영국의 EU 탈퇴가 되레 EU의 결속을 다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다만 EU 내부의 여러 가지 갈등을 노출한 만큼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7일(현지시간)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등이 만나 EU 개혁을 논의하는 만큼 전환점이 될지 주목된다. 

EU 개혁은 일단 개별 국가의 권리를 확대하는 방향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EU는 그동안 '유럽 내 단일 국가 건설'이라는 슬로건 아래 공동체로 운영됐다. 그러나 역내 크고 작은 이슈가 생길 때마다 EC 등 중앙에서 결정된 사항을 강제적으로 이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회원국 내에서는 경제적 부담은 커지면서 제 목소리를 낼 수 없다는 불만이 제기돼왔다. 

유로존을 중심으로 독일이 경제정책을 주도하면서 그리스 등 남부 유럽과의 관계가 동등한 파트너가 아닌 채무자·채권자 사이로 변질된 점도 문제로 꼽힌다. 회원국의 권한이 줄면서 자국 통화의 환율 조정이나 적자 재정 복구책을 마련하는 데도 제한이 많았다. 다만 27개국의 요구사항을 모두 받아들이기에도 한계가 있어 당분간 논의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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