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미래 전력이라는 예비군, 현실은 제자리

2016-06-14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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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박준형 기자 = 아무렇게나 대충 입은 헐렁한 군복, 한쪽 끈이 풀린 군화, 땅에 질질 끌리는 낡은 소총. 대한민국 예비군 훈련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시간 때우기식 훈련에 헬멧을 손에 들고 어슬렁거리며 걸어 다니는 모습은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휴전 국가의 방어전략 부대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다.

우리 예비군의 현주소는 북한과 비교해보면 더욱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북한은 유사시 즉각 동원 대상인 교도대(17~50세)와 직장이나 지역에 편성돼 우리의 향방예비군 역할을 하는 노농적위군(17~60세) 등 예비병력이 770만명에 이른다. 사실상 17세부터 60세까지는 유사시 전투에 동원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반해 우리의 예비병력은 310만명에 불과하다. 북한의 절반을 밑도는 수준이다. 무기와 장비는 더욱 열악하다. 현재 향방예비군에 지급되는 소총은 카빈과 M16 두 종류다. 카빈은 2차 세계대전에서, M16은 베트남전쟁에서 각각 사용됐던 개인화기다.

강한 예비군 육성은 세계적인 추세다. 특히 인구 감소 현상을 겪고 있는 국가들은 실전적인 훈련으로 유사시 전투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예비군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예비군을 별도의 동원사령부로 편성해 현역과 동일하게 활용하고 있다. 일본은 평상시 현역자위대원과 동일한 훈련을 받으면서 유사시 즉각 전투에 투입 가능한 숙련전투원을 기르는 즉응 예비자위관 제도를 도입했다.

우리 국방부도 최근 예비전력 정예화 방침을 세웠다. 이를 위해 2018년부터 2030년까지 향방예비군 개인화기를 K-2 소총으로 모두 교체할 예정이다. 방탄헬멧이나 방독면 등 전투장구류도 현재 85% 수준에서 2020년까지 100% 확보할 계획이다. 다만 걸림돌은 예산이다. 전체 국방예산 중 예비군 예산은 1.3%에 불과하다. 심지어 일부 예비군 예산은 지자체의 지원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우리는 여전히 북한과 대치 중이라는 사실이다. 얼마 전 예비군 훈련장에서 만난 한 예비역 장교의 토로가 귓가에 맴돈다. “예비군 인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제적으로 적응성 있는 예비군 양성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교육훈련이 따라줘야 하는데 부족한 예비군 예산으로 인해 실전적 훈련에 제한되는 부분이 많다.”

전군 최초 현역-예비군 공중 강습훈련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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