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제20대 국회의 막이 올랐다. 16년 만에 여소야대, 20년 만에 3당 체제가 복원된 새로운 국회가 30일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그러나 갈 길은 멀다. 제19대 국회 막판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일명 상시 청문회법) 거부권 행사로 20대 정국은 초반부터 격랑에 휩싸였다. ‘한국의 하르츠’ 개혁인 노동개혁 법안을 비롯해 규제개혁법·규제프리존특별법·서비스산업발전법도 무력화된 상황이다. 19대 국회에서 규제 기요틴(단두대) 관련 법안 46건 중 15건(32%), 정부여당의 중점 법안 34중 9건(26.5%)이 9부 능선을 넘지 못했다.
◆“YS·DJ도 초당적 경제비상기구 구성”
29일 ‘사회원로들이 제시하는 방향’에 참여한 김덕룡(5선) 민주화추진협의회 이사장·김수한(6선) 전 국회의장·김중위(4선) 전 환경부 장관·박찬종(5선) 전 국회의원·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부영(3선) 전 열린우리당 의장·정대철(5선) 국민의당 상임고문(가나다 순) 등 7명의 원로들은 “비상한 각오로 통상 국회가 아닌 ‘비상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87년 체제’와의 결별을 촉구한 셈이다.
특히 정치 본질에 대한 회복을 주문했다. 김덕룡 이사장은 “무릇 국회는 민의의 전당이요, 국회의원은 민의의 대변자”라며 “무조건적인 정쟁이나 대립을 지양하고 공동체 구성원의 뜻을 수렴해 공동선을 추구하는 ‘정치’의 본질을 복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환 전 의장은 “20대 국회는 나라의 존폐가 좌우되는 중요한 국회”라며 “이전과 같은 국회로는 안 된다. 국회의원 개개인이 모두 심기일전해서 정치도 경제도 기사회생할 수 있는 판을 만들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고(故) 김영삼(YS) 전 대통령과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협치 모델을 차용해야 한다는 주문도 있었다. 김중위 전 장관은 외환위기 때인 1997년을 거론하며 “DJ가 정권 이양 전 YS에게 국회에 초당적 기구인 ‘종합경제대책회의’를 만들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의원 자율권 행사가 핵심…朴대통령 리더십 변해야”
이어 “그때 제가 위원장, 이해찬(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간사를 맡았다. 당장 초당적 경제기구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윤 전 장관은 “대한민국이 위기라는 인식부터 해야만 일하는 국회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로들은 그 첫 출발로 헌법기관인 국회의원 개개인의 ‘자율권 회복’을 꼽았다. 박 전 의원은 “국회가 민의의 전당이 아닌 계파 투쟁의 장으로 변질한 것은 국회의원이 자율권을 행사하지 않고 당론이 묶여있기 때문”이라며 “자율권을 회복하지 않는 한 어떠한 변화도 없다”고 꼬집었다.
임기 4년차 중반을 맞은 박 대통령의 국정 리더십 변화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전 의장은 대통령 거부권을 언급하며 “총선 민의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라며 “일방통행식 리더십으로는 국정운영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정 고문은 “지금이라도 박 대통령과 이하 정부여당이 일신해서 국회와의 소통을 통해 ‘일하는 국회’를 구성해야 한다”면서 “야당도 정부여당이 의회정치 내에서 문제를 풀 수 있도록 협치의 공간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