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바보야 문제는…]①뒤베르제 법칙 균열 가한 ‘안철수 바람’의 함의…“이제는 협치·경제”

2016-04-2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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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 총선을 이틀 앞둔 11일 오후 서울 청계천에서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 직원과 아세아항공직업전문학교 재학생들이 투표참여를 홍보하고 있다. [사진=아주경제 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최신형·김혜란 기자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총선)가 여소야대(與小野大)로 끝났다. 16년 만에 여소야대, 20년 만에 3당 체제가 도래한 것이다. 핵심은 87년 체제의 균열이다. 4·13 총선을 통해 87년 체제의 부정적 유산인 1노3김(一盧三金) 지역주의에 균열이 생겼다. 대구·경북(TK)의 새누리당·호남의 더불어민주당·캐스팅보트(casting vote) 충청이 군웅 할거한 지역구도가 흔들리고 있다는 얘기다. 이제는 2018년 체제다. 미국의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돌풍의 주역인 ‘샌더스 열풍’에서 보듯, 구체제에 반기를 든 분노한 중도 무당파의 실체가 2018년 체제 안착의 시발점이다. 이에 본지는 각 당에 뿌리내린 87년 체제의 뿌리(1인 보스주의)를 도려내고 97년 체제(신자유주의)를 넘기 위한 제도적 방안을 모색한다. <편집자 주>

4·13 총선은 ‘뒤베르제의 법칙’(Duverger‘s Law)에 일정 정도 균열을 가한 선거다. 이 법칙은 프랑스의 정치학자 모리스 뒤베르제가 주장한 ‘소선거구제 하의 단순 다수 대표제는 양당 체제를 낳는다’라는 공공선택학 이론 중 하나다. 승자독식인 소선거구제에선 제3정당의 출현을 봉쇄한다는 일종의 제약식인 셈이다.
우리 선거제도의 경우 소선거구제(지역구)와 비례대표(전국구) 양자를 가미한 혼합 형태이지만, 전체 의석수(300석) 가운데 지역구(253석)의 비율이 84%를 차지, 소선거구제 위력이 비례대표를 압도한다. 절차적 민주주의를 꾀한 87년 체제 이후에도 거대 양당의 승자독식 구도가 지속한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87년 체제 균열, ‘제한적이냐, 전면적이냐’

20일 여야와 정치전문가의 분석을 종합하면 87년 체제의 핵심은 5년 단임제(대통령 권력구조)와 소선거구제·단순 다수 대표제(의회권력)다.

명암은 뚜렷하다. 전두환 정권에 항거한 반(反)독재 민주화 투쟁이면서도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과 거대 양당의 과잉 대표 등 구체제 유물도 적지 않다. 3김의 시대는 끝났지만, 각 당 안에 1인 보스주의가 만연한 것도 이런 까닭이다.

하지만 4·13 총선이 판을 흔들었다. 헌법 개정 없이 87년 체제를 종식할 수 없다는 현실론에도 불구하고 국민의당의 대약진으로 2018년 체제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거대 양당의 텃밭인 영호남에서 발생한 대이변으로 지역주의가 한층 약화된 데다, 행동하는 중도 무당파가 핵심 변수로 등장하면서 2012년 대선의 핵심 구도인 ‘범보수 대 범진보’마저 요동쳤다.

30년간 지속한 거대 양당의 권력독점화에 대한 반발 심리가 체제 균열에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4·13 총선이 새로운 정치지형을 형성한 정초(定礎)선거였다는 의미다.
 

국회 본청.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총선)가 여소야대(與小野大)로 끝났다. 16년 만에 여소야대, 20년 만에 3당 체제가 도래한 것이다. 핵심은 87년 체제의 균열이다. 4·13 총선을 통해 87년 체제의 부정적 유산인 1노3김(一盧三金) 지역주의에 균열이 생겼다. 대구·경북(TK)의 새누리당·호남의 더불어민주당·캐스팅보트(casting vote) 충청이 군웅 할거한 지역구도가 흔들리고 있다는 얘기다.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tlsgud80@]


◆화두는 ‘민생중심주의’…협치시대 맞나

주목할 부분은 정초선거가 곧 87년 체제의 종식이 아니라는 점이다. 제3정당 약진은 의회권력을 독점한 거대 양당에 대한 심판적 성격이다. 계층적 핵심은 중도 무당파의 반란이다. 이 계층은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느슨한 전선을 형성한다. 한국 정치가 제3당 체제의 ‘전면적이냐, 제한적이냐’의 갈림길에 있다는 의미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4·13 총선이 3당 체제로 되면서 국회운영 방식이 달라질 수는 있지만, 87년 체제 변화로 이어진다고 보는 것은 과잉 해석”이라며 “(기본적으로) 87년 체제의 변화는 헌법을 바꾸지 않으면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2018년 체제로의 전환은 새로운 정치모델의 정착 여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제3당의 정치적 진출은 양당구도를 해체하지 않는 수준이라는 점에서 양당제에 대한 ‘대안재’는 아닌 ‘보완재’”라며 “양당이 대립과 갈등의 극단적인 양당제 운용을 자제하고 중도로 수렴, 대화와 타협의 민생 정치하라는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이 극단적 진영논리로 일관한다면, 4·13 총선을 통해 부상한 중간지대의 이탈로 이어져 ‘도로 87년 체제’로 귀결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중도층의 최대 관심사는 민생경제다. 여야의 벼랑 끝 전술이 한국 경제의 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2018년 체제 전환은 독일의 기독민주당(CDU)과 사회민주당(SDP)의 연정 같은 ‘협치의 정치모델’ 구축 여부에 달린 셈이다. 안충섭 여의도리서치 대표는 “(제3 정당에 실망하면) 중도 무당파는 언제든지 (다른 쪽으로) 옮길 수 있다”고 말했다.
 

20대 총선에서 38석을 차지한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마포 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회의에 참석해 이상돈 선대위원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사진=아주경제 남궁진웅 기자 time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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