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아람 기자 = 중국의 통신장비·스마트폰 제조업체인 화웨이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화웨이는 자사가 보유한 4세대(G) 이동통신 업계 표준과 관련된 특허 11건을 삼성전자가 침해했다며 미국 샌프란시스코 소재 캘리포니아북부 연방지방법원과 중국 선전 인민법원 등에 소장을 제출했다.
이럴경우 삼성전자의 갤럭시S2 모델부터 S7 엣지까지, 그리고 갤럭시 노트부터 노트5, 노트 엣지까지 삼성전자 스마트폰 거의 전 모델이 특허 침해에 해당된다.
윌리엄 플러머 화웨이 대외업무 담당 부사장(VP)은 AFP통신에 “우리는 협상을 통해 해결하길 원한다”며 “이런 길(법정 다툼)을 가야만 하는 것은 매우 불운한 일이지만, 기술 개발을 위해 투자를 선도하는 1위 기업으로서 특허권을 보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화웨이가 애플, 퀄컴, 에릭슨 등 많은 글로벌 기술 기업들과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고 덧붙였다.
실제 애플은 화웨이와 특허 교차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연간 수억 달러 규모의 로열티를 지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화웨이는 애플에 특허 769건을, 애플은 화웨이에 특허 98건을 사용토록 서로 허용했다.
이번 소송은 주로 방어적인 입장에서 특허 소송 공격을 당해왔던 중국 업체가 선제적으로 특허 침해의 소를 제기했다는 점에서 이목을 끌고 있다. 그만큼 중국 업체의 기술 개발 수준이 어느 글로벌 기업 못지않게 성장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인 셈이다.
미 외신 포춘(Fortune)은 “중국 스마트폰 제조기업들은 최근 수년간 급속히 성장했으나 특허권 등 지적재산권 관련 문제에는 취약해 중국 외 해외시장 확장에는 속도를 내지 못했을 정도”라며 “이번 소송은 이례적인 사례”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중국의 샤오미는 스웨덴 통신장비업체인 에릭슨에게 통신 특허 침해로 피소돼 인도 내 스마트폰 판매가 금지되는 등 특허 문제로 해외 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화웨이는 탄탄한 연구개발(R&D)를 기반으로 특허 분야에서 미국 실리콘밸리의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세계 지적재산권기구(WIPO) 집계에 따르면 화웨이는 2014년 3442건, 지난해 3898건의 특허를 신청해 2년 연속으로 특허신청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기준 미국의 퀄컴(2442건), 중국의 ZTE(2155건), 한국의 삼성(1683건) 등이 화웨이의 뒤를 이었다.
화웨이는 지난해 596억 위안(약 10조8300억원)을 R&D에 투자했는데, 이는 연매출의 15%에 달한다. 이는 화웨이가 단시간 내 스마트폰 출하량 1억대를 넘어서며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업체 3위에 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화웨이의 이번 특허침해 소송에 대해 맞소송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안승호 삼성전자 IP센터장(부사장)은 이날 오전 서울 강남 서초사옥에서 수요 사장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맞소송이라도 할 것”이라며 “그쪽(화웨이)에서 그렇게 나온다면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고 답했다.
안 부사장은 국가지식재산위원회 민간위원, 한국지식재산협회(KINPA), 한국특허정보원 비상임이사 등을 맡고 있으며, 그가 이끄는 IP센터는 삼성전자의 전사적인 특허관리를 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