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전반기는 세월호, 후반기는 노동법 등에 갇혔다.” ‘일하는 국회’를 표방한 19대 국회가 9부 능선에 다다랐다. 18일 국회에 따르면 여·야는 19일 오전 10시 본회의를 열고 이번 임시국회의 마지막 본회의를 개최하고 본회의에 계류된 법안 37건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120여 개의 무쟁점 법안을 처리한다.
하지만 여·야가 합의한 ‘규제프리존특별법’을 비롯해 정부의 중점 법안인 노동 4법(근로기준법·고용보험법·산재보상보험법·파견근로자보호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야당의 중점 법안인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과 청년고용촉진 특별법 등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소통도 타협도 양보도 없이 끝까지 치킨게임에 나선 모양새다.
◆19대 전반기, ‘대선·세월호’에 휘청
19대 국회 전반기는 ‘대선’과 ‘세월호’ 국회였다. 2012년 4·11 총선은 1992년 이후 처음으로 같은 해에 총·대선이 치러지는 정초(定礎) 선거였다. 결과는 새누리당 과반(152석) 확보, 127석에 그친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의 참패였다. 여대야소(與大野小)를 만든 새누리당은 여세를 몰아 그해 12월 대선에서 헌정사상 첫 ‘여성·과반·부녀’ 대통령을 만들었다. 2013년 들어서야 19대 국회가 정상 궤도를 찾았다는 얘기다.
이후 2014년 4월16일 한국 사회의 민낯을 드러낸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다. 정치권은 앞다퉈 ‘관피아’(관료+마피아), ‘정피아’(정치권+마피아) 척결을 외치면서 ‘일하는 국회’를 전면에 내걸었다.
그러나 여야는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정쟁에 갇히면서 같은 해 5월2일부터 9월 29일까지 150일간 국회 본회의에서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했다, ‘식물 국회’ 논란이 인 것도 이때부터다.
입법 꼼수도 변하지 않았다. 여·야와 정치전문가의 분석을 종합하면, 19대 국회의 법안 발의의 문제점은 △법안 반복 제출 등 묻지마식 발의 △조항별 쪼개기 등 편법 남발 △의원별 의정활동 불균형 등 크게 세 가지다.
19대 국회 법안 가결률(원안·수정안·대안반영폐기 포함)은 이날 현재 기준으로 40% 초반(1만7779건 중 7683건 처리)이다. 이는 17대 56.8%, 18대 53.5% 대비 크게 떨어진 수치다. 정량적 평가를 의식한 의원들이 ‘대안반영 폐기’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묻지마식 발의에 나섰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후반기, 노동법 기싸움…계속된 선진화법 논란
동일한 법률 개정안의 내용을 수정해 제출한 사례도 적지 않았다. 이명수 새누리당 의원은 19대 국회 전반기 때 자동차관리법 일부개정안을 7차례나 제출했고, 강창일 더민주 의원은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등 특별법 일부 개정안을 9회나 반복 제출했다. 철회 후 재발의한 법안도 다수였다. 박인숙 새누리당 의원의 경우 성폭력범죄자의 외과적 치료에 관한 법률안을 철회한 뒤 재발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 당 거물급들의 저조한 입법 성적도 논란거리였다. 법률소비자연맹이 지난 2월 공개한 의정활동 하위 20위(본회의 등 출석률·법안 표결 참여율·법안 발의 건수·통과법안 수 기준)에는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37.59점)와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29.90점),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44.96점) 등이 포함됐다. 대중성이 없는 의원들은 법안 남발을, 각 당 대선주자급들은 의정 활동을 소홀히 한 셈이다.
여·야의 이 같은 행태로 정작 각 당의 중점 법안 처리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 노동개혁 4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자 다수당의 일방적인 법안 강행 처리 등을 막기 위해 제정된 ‘국회선진화법’ 개정 논란이 일었다. 다만 선진화법에 따른 물리적 폭력이 없어진 점은 유일한 플러스요인으로 꼽힌다.
차재원 부산 가톨릭대학교 교수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19대 국회 내내 ‘식물 국회’ 논란이 있었지만, 과거 ‘동물 국회’ 논란을 부른 법안을 둘러싼 물리적 폭력이 없어진 점은 잘한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