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아름 기자 = 전 세계 팬들이 열광하던 화려한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그에 비례되는 고충도 분명 있었다. 그렇게 양날의 칼과 같았던 지난 7년을 버텼고, 이제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소녀시대 멤버였던 제시카 이야기다.
소녀시대를 탈퇴한 제시카가 1년 8개월 만에 팬들 앞에 섰다. 그리고 지난 13일 취재진들과 가진 인터뷰 자리에서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하던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저도 사실 굉장히 갑작스러웠어요”라며 잠시 머뭇거리던 제시카는 “어떻게 이야기해야 잘 할까요?”라며 취재진들을 향해 되물었다.
“저는 지금도 소녀시대가 참 소중해요. 데뷔 때부터, 항상 그랬죠. 사실 소녀시대가 아니었으면 지금의 저도 없잖아요.”
소녀시대의 이야기를 조심스레 묻자 그는 살짝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어쩌면 너무나 당연할 터. 그렇게 소중했던 소녀시대를 나오게 된 배경이 궁금했다.
“그냥 서로... 사실 정말 두려웠어요. 제가 생각하는 인생은 ‘책’이라고 생각해요. 새로운 한 장을 넘길 타이밍이 왔었나 봐요. 제가 미련을 갖고 연연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이죠. 지금 제가 어떤 상황이냐면요. 지금 이렇게 혼자 인터뷰를 하는 것도 정말 신기해요. 원래 항상 하던 일도 다 새롭게 느껴지는 거죠. 그룹 활동 할 때는 다 차단했었다면 지금은 많은걸 보고 느끼고 있어요. 지난 1년 8개월의 시간이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더 발전적이겠죠.”
다른 아이돌의 멤버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제시카 역시 소녀시대를 나오는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여러 오해와 억측들이 난무했고, 자신의 의견을 지지하는 팬들이 있는가 하면, 비난하는 팬 역시 많았다. 그러나 제시카는 긍정적이었다.
“제가 악플은 원래 많았어요.(웃음) 아무래도 오해와 억측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렇게 만들었던 것도 같고요. 제가 성격상 무플보다는 악플이 낫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게 관심을 받는거잖아요. 예전엔 되게 상처였지만 이제는 마음가짐이 달라졌습니다. 많이 큰 것 같아요. 성숙해진 느낌이랄까요.(웃음) 뭔가 덤덤했죠. 전 오해나 억측은 때가 도면 풀린다고 생각했거든요. 제 입장에서 이야기하고, 누구 입장에서 이야기를 해서 풀릴 일은 아니었으니까요. 경험이 쌓이면서 점점 달라진 건 맞아요. 최근에는 그냥 많은 걸 배우게 된 시기였어요.”
제시카는 2000년부터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에 몸 담았다. 그리고 긴 연습생 시간을 거쳐 2007년 소녀시대로 데뷔했다. 소녀시대만큼 오랫동안 함께한 SM에서도 나오며 완전히 홀로섰다. 그룹 활동은 차치하더라도, SM이라는 그늘을 벗어나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제 동생(에프엑스 크리스탈)도 거기에 있고, 저 역시 소속사와 논의를 계속했죠. 그러다 마지막엔 혼자 하는 게 서로를 위해 더 좋은 방향이 될 거라 생각했어요. 학교 졸업하는 느낌이었죠. 서운한 마음은 없어요.”
10대부터 20대를 한 팀, 한 소속사에만 있었기 때문에 제시카는 새로운 변화가 두려울법도 했다. 그러나 그는 생각보다 씩씩했다. SM이라는 큰 그늘을 벗어난 느낌은 어땠을까.
“일단 제가 모르고 있던 게 너무 많았어요. 그 모르던 걸 알게 되니까 큰, 새로운 세상에 있는 느낌이었죠. 제가 데뷔 9년째인데 해볼 것은 다 해봤어요. 그래도 혼자 하는 건 굉장히 많은 디테일을 요구하게 되죠. 혼자해서 좋은 점이라면 팀의 경우는 서로 절제하고 조화를 이뤄야 하기 때문에 서로의 개성이 드러나지 않죠. 지금은 제 색깔을 뚜렷하게 보여드릴 수 있고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어서 좋아요.”
공교롭게도 제시카의 솔로 데뷔 시기는 함께 동고동락했던 소녀시대 티파니의 솔로 앨범 활동가 맞물리게 됐다. 말 그대로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됐다. 그럼에도 제시카는 티파니의 활동에 쿨하게 응원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앨범 수록곡도 들어봤고, 뮤직비디오도 봤어요. 또 쇼케이스도 봤습니다. 되게 멋있었어요. 사실 티파니에게 대중들이 바라는 건 러블리한 이미지인데 그걸 깨고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더라고요. 하고 싶었던 걸 하는 것 같고, 정말 잘 돼서 멋지게 활동했으면 좋겠어요.”
제시카가 SM을 나온 뒤 새 둥지를 튼 곳은 바로 자신의 연인인 타일러 권의 소속사 코리델 엔터테인먼트다. 많은 이들이 예상했던 행보다.
“사실 다른 기획사로부터 제안을 받은 것도 있어요. 그래서 부모님과 상의를 많이 했는데, 저는 좀 자유롭게 제 음악적 색깔과 활동들을 지지해줄 수 있는 그런 회사가 우선이었어요. 그래서 지금의 소속사가 가장 적합했던 것 같아요. 제가 해외 활동과 여러 가지 방면을 하다 보니 그걸 다 케어해줄 수 있는 회사가 필요했죠. 그래서 결정하게 됐어요. 물론 팬 분들이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해 고민도 많이 했던 것도 사실이에요. 그래도 저를 가장 잘 알고 보살펴 줄 수 있고 믿음이 가는, 서로 이야기가 잘 통해서 가능했던 일이라 생각해요.”
제시카의 연인에 대한 믿음은 곧 결혼설까지 이어졌다. 그는 결혼설에 대해 잠시 머뭇거렸지만 이내 솔직한 소신을 드러냈다.
“친구들과 함께하는 자리에서 처음 만났어요. 어떤 모임에 갔다가 자연스럽게 알게 됐죠. 뭘 발표한 게 아니라 결혼‘설’이긴 하겠지만, 요즘 제 주위 친구들이 결혼을 많이 해서 그게 부럽더라고요. 여자라면 (결혼을) 생각 안하진 않겠죠.(웃음)”
제시카의 동생으로 잘 알려진 걸그룹 에프엑스의 크리스탈은 SM에 소속 돼 있다. 제시카가 탈퇴 전, 몸 담았던 곳에서 동생이자 선후배로 한솥밥을 먹었다. 이 때문에 제시카가 소녀시대를 탈퇴할 당시 일각에서는 동생 크리스탈을 향한 우려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동생 크리스탈은 누구보다 언니 제시카의 솔로 활동을 응원했고 기뻐했다. 제시카 역시 전 소속사인 SM도, 또 그 곳에 여전히 소속돼 있는 자신의 동생도 열렬히 응원하는 마음을 전했다.
“동생이 저의 솔로 데뷔를 제일 신나했어요. 뮤직비디오 촬영장에도 와서 응원도 해줬죠. 동생이 이제는 동료이자 친구가 되는 기분이에요. 가족이라서 서로 의지하게 돼요. 어릴 때보다 지금이 더 친한 것 같아요.(웃음) 제가 오랫동안 몸담았던 곳이라 너무 고마운 곳이죠. 또 제 동생도 거기에서 잘하고 있으니 좋잖아요.”
* [인터뷰②]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