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강, 한국인 최초 '맨부커상' 품에 안다

2016-05-17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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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채식주의자'로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오르한 파무크, 옌렌커 등 세계적 작가들 제쳐

소설가 한강이 한국인 최초로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한씨가 1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빅토리아앤알버트 박물관에서 열린 공식 만찬 겸 시상식에서 상패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소설가 한강(46)이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국내 작가가 세계적 권위의 문학상을 품에 안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맨부커상 선정위원회는 1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빅토리아앤알버트 박물관에서 열린 공식 만찬에서 "한강의 채식주의자와 이를 번역한 데보라 스미스를 올해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채식주의자는 한씨가 지난 2004년 발표한 중편 '채식주의자'와 '몽고반점'  ‘나무불꽃' 등 세 편의 소설을 엮은 연작소설집이다. 국내에선 2007년 출간됐고, 해외에는 지난해 1월 처음 선보였다. 소설은 어릴 때 육식 트라우마를 겪은 한 여자가 그것의 폭력성을 거부하기 위해 극단적인 채식을 하며 죽음에 다가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채식주의자는 해외에 소개되자마자 뉴욕타임스 가디언 등 유력 일간지로부터 "한국 현대문학 중 가장 특별한 경험"  "감성적 문체에 숨이 막힌다"  "미국 문단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등으로 호평을 받았다.
 

한강 연작소설 '채식주의자'                        [사진=창비 제공]



'노벨문학상', 프랑스 '공쿠르상'과 더불어 세계 3대 문학상으로 불리는 맨부커상은 1969년 영국 부커(Booker)사가 출판·독서 증진을 위한 독립기금인 북 트러스트의 후원을 받아 제정한 문학상이다. 2002년 맨(Man)그룹이 후원하기 시작하며 '맨부커상'(The Man Booker Prize)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영국 등 영연방 국가 작가에게 매년 주는 맨부커상과 비(非)영연방 작가에게 격년제로 주는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으로 나뉘어 시상해 오다가 올해 인터내셔널 부문을 개편해 비영연방 작가와 번역가에게 매년 시상한다.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후보에 오르려면 비영어권 지역의 작품이라도 영어로 번역돼 영국에서 출판해야 한다.

올해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는 노벨상 수상자인 터키의 오르한 파무크('내 마음 속의 낯섦'), 중국의 유명 작가 옌렌커('사서'), 앙골라의 호세 아두아르도 아구아루사('망각의 일반 이론'), 이탈리아 여성작가 엘레나 페란테('잃어버린 아이 이야기'), 오스트리아 작가 로버트 시탈러('인생 전체') 등이 올랐다.

전 세계 내로라하는 작가들을 제치고 상을 거머쥔 한씨는 "좋은 번역자와 편집자를 만난 게 굉장한 행운이었다"며 "내 소설은 상업성·대중성이 없는 소설이며, 인간에 대한 질문들을 붙잡고 씨름하는 소설들이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독자들이 소설 읽기를 좀 다르게 생각해 주시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소설가 한강                                                                                                                             ⓒ김병관[사진=창비 제공]



한편 채식주의자의 영어 번역자인 영국의 데보라 스미스(28)도 한씨와 함께 상을 받았다. 스물 한 살 때부터 한국어를 배웠다는 스미스는 문학적 뉘앙스를 잘 살리며 수준높은 번역을 해 한씨의 수상에 한몫을 했다는 평가다. 스미스는 한씨와 상금 5만파운드(약 8600만원)를 나눠 갖게 된다. 

한씨는 소설가 한승원(77)씨의 딸로, 지난 1993년 계간 '문학과사회' 겨울호에 시가 당선됐고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붉은 닻'으로 등단했다. '여수의 사랑' '내 여자의 열매' '노랑무늬 영원' '그대의 차가운 손' '검은 사슴' '바람이 분다 가라' '희랍어 시간' 등 다양한 소설을 발표했다. 한씨의 남편은 김달진문학상과 유심문학상 등을 수상한 홍용희 문학평론가이며, 그의 오빠 한동림 역시 소설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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